토르: 러브 앤 썬더

마블 시리즈, 정확히 말하자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이 좀 사그라든 상태이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에 등장하는 MCU 영화들을 대하는 관객들의 태도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꽤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그나마 토르는 아이언맨 다음으로 좋아했던 캐릭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토르의 부제는 러브 앤 썬더이다. 썬더야 원래 토르가 갖고 있는 성질의 것이고, 러브는 토르의 예전 여친이었던 제인 포스터와의 재회일 것이다.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의 재등장도 토르를 보러 극장을 찾은 이유 중 하나이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는 여자 토르의 액션은 나름 훌륭하다.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체구로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는 설정이 리얼리티 액션 장르라면 비판받겠지만, SF적인 상상력이 발휘되는 장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마블이 영화 속에 PC 사상을 무리하게 주입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여성 히어로물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게의치 않고 MCU 여성 히어로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즐기고 있다.

오히려 불만이 있다면 영화가 너무 B급 감성에 치우친다는 점이다. MCU 내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최대한 무겁지 않고 관객들이 편하게 즐기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편이고, 이에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이 편한 분위기가 좀 지나치게 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디언즈 갤럭시 시리즈가 가장 심하고 토르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좀 그렇다. 약간의 무게감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이 연기하는 고르라는 캐릭터가 인상적었다. 다른 캐릭터들이 시덥지 않은 농담을 주고 받는 동안 시종일관 진지한 캐릭터가 고르다. 특히나 신을 죽이는 존재라는 설정은 꽤나 매력적이다. 미리 크리스찬 베일이 합류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고르를 연기한 배우가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