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가 스텐첼 사진전 @CxC
몇 년전까지만 해도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었으나, 요즘 드는 생각은 "고전미술은 진부하고 현대미술은 난해하다"이다. 그래서 예전만큼 갤러리나 미술관을 찾지는 않는다. 그러다 얼마전에 YouTube 미술 채널에서 알게된 헬가 스텐첼Helga Stentzel 사진전을 다녀 왔다. 진부하지도 않고 난해하지도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전시 초반에 눈길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은 티백을 이용하여 연출한 사진이었다. 이미 우리고 난 티백인지 새 티백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쓰임과 다르게 티백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느끼게 하는 기발함은 눈길이 안갈 수 없었다. 눈을 그려 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달라 보인다.
그 다음으로 관심이 갔던 것은 "Edible Creatures Series"로 알려진 작품들이었다. 전통적으로 음식을 의인화 하는 것은 아이를 둔 엄마들이 종종 해주던 놀이였고, 이 시리즈를 즐겁게 받아 들이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배추개라는 재밌는 한국이름을 갖게 된 Crunchie라는 작품과 초코캣이라는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Clothes Line Animals Series"를 감상할 수 있었다. 빨래줄에 옷들을 널어 놓으면서 동물들을 형상화 하겠다는 생각은 빨래 너는 것이 지겨워 건조대를 구입하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상상하기 힘든 작품활동이겠지만, 헬가 스텐첼은 빨래 너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소를 형상화한 Smooothie와 낙타를 형상화한 Camella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외에 키보드 조각으로 팝콘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헬가 스텐첼이 앞으로 미술사적으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변기가 샘이 되는 시대이니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정말 멋진 작품들로 기억될 것같다. 이제는 꼭 비싼 작품이나 가치가 높은 작품을 찾을 필요 없이 마음에 들 것같은 작품들이라면 편견없이 시간을 내러 관람하러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