뇨끼, 생면파스타, 그리고 스테이크 @조용한주택

심이누나와 저녁을 함께 했다. 지난 8월 이후에 처음이니 약 4개월만인 듯하다. 요즘 만날 때마다 "만난 지 그렇게 오래됐어?"라는 말이 나온다.

장소는 건대입구역에 내려서 조금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나타나는 조용한주택이라는 곳이다. 예약 손님만 받고 심지어 예약비까지 미리 납부해야 한다. 물론, 납부한 예약비를 음식요금에서 차감해 주는 시스템이라 예약비기 보다는 일부 선결제 시스템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했는지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접근성이 불편해지면 예약한 사람도 '얼마나 맛있나 보자.'라는 마음가짐이 되어 음식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질 수 밖에 없다. 음식에 대해서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주문과 별개로 에피타이저와 식전빵이 나왔다. 이 핑거푸드는 예약 손님에게만 그때그때 다른 것이 서비스 된다고 한다. 과자같은 식감의 재료 위에 배를 올려서 만들어져 있다. 심이 누나는 배를 좋아한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나같은 경우는 이 두 가지 재료를 따로 먹었으면 더 맛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식전빵은 겉바속촉으로 잘 구워져서 만족스러웠던 반면, 심이누나는 천에 쌓여 있었던 것이 위생적으로 훌륭하지 못한 선택이라는 지적을 하였다.

파리지앵 뇨끼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뇨끼의 식감과 다르게 크리미하다

그리고 조용한주택에서 가장 평이 좋은 파리지앵 뇨끼가 나왔다. 평소에 알던 뇨끼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식감이었는데, 확실히 조용한주택의 뇨끼는 꽤나 크리미하고 특히 곁들어진 토마토나 시금치와 함께 먹으니 만족스러웠다. 예약이 번거로워 '얼마나 맛있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먹었는데, '아이씨, 맛있네!' 이런 감정이랄까. 화나는데 맛있어 ㅋㅋㅋ

쉬핌프 버터 파스타
생면을 사용해서인지 파스타면의 식감이 매우 또렷하게 느껴졌다

파스타 메뉴 중 내가 고른 것은 쉬림프버터파스타였다. 조용한주택의 모든 파스타는 생면을 사용한다고 한다. 서빙되어나온 파스타면은 스파게티보다는 페투치네에 가까워 보였고, 생면이라 그런지 씹을 때 면 자체의 식감이 좀 더 또렷이 느껴졌다. 나는 미쳐 캐치하지 못했지만 서버가 국물을 끼얹여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했다고 하여 그렇게 해서 먹으니 좀 더 풍성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대신 면 자체의 식감은 좀 더 반감되는 아쉬움이 있다. 양쪽 방식으로 모두 즐기는 게 최선인 듯하다.

하우스 스테이크
미디움레어로 구워진 채끝등심 170g, 옥수수는 먹기 좀 힘들더라

마지막으로 하우스스테이크 차례다. 메뉴에 딱히 부위가 나와 있지 않아서 주문을 할 때 어떤 부위냐고 물어보니 채끝등심이라고 한다. 메뉴판에는 100g당 가격이 적혀 있고 양은 선택할 수 있었다. 170g을 선택하면서 적지 않을까 고민하는데, 이미 메뉴를 세 개나 주문했으니 충분할 것 같다는 말에 그대로 진행을 시켰는데, 좀 적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문은 한 번에 다 받는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미디움레어로 구워져 나온 채끝등심은 먹기 좋은 크기로 이미 커팅되어져 있었으며 핑크빛 속살도 먹음직 스러웠다. 실제로 맛도 훌륭했다. 채끝등심은 원래 스테이크용으로 좋은 부위이기도 하지만 고기의 질 자체도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홀그레인 머스타드를 제공해주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예약비도 미리 선납해야 하고 미리 와도 밖에서 대기해야 했으며 주문도 한 번에 해야 하는 엄격함 때문에, '얼마나 맛있나 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식사를 했는데, 이런 높아진 잣대에도 불구하고 맛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기회가 되면 다시 그 엄격함을 무릅쓰고 방문할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