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샤오신 패드 프로 2022, 세 시간 사용 후기
2013년에 아이패드 4세대로 태블릿에 입문한 이후, 아마도 한 7, 8년 정도 잘 쓰다가 퍼포먼스 측면에서 답답함을 느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그 사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사이즈도 커졌고, 노트북으로 왠만한 일은 대신할 수 있었기에 굳이 다음 세대 아이패드를 다시 구입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노트북보다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영상용 머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알아보니, 2023년이 시작되는 현재에도 여전히 아이패드 시리즈가 태블릿계의 최강자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도 꽤 쓸만해진 듯했다.

최신 버전의 아이패드를 구입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그 사이 아이패드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갔고, 고작 영상 머신으로 사용할 것인데 그 어마어마한 가격을 지불하자니 과소비인 듯하여, 좀 더 알아보다 결국 내 손에 들어온 것은 레노버 샤오신 패드 프로 2022이다. 글로벌 버전명은 레노버 P11 Pad Pro Gen 2라고 하던가, 명칭이 좀 여러 가지로 쓰여서 소비자 입장에서 혼동스럽다.
내가 구입한 것은 중국 내수용 롬이 그대로 설치되어 있는 버전이었다. 스펙은 약 11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미디어텍의 T1300 APU가 탑재되어 있다. RAM은 6GB, 저장용량은 128GB이다. 스냅드래곤 870 버전도 있다고 하는데, 이미 샤오미 POCO F3로 경험하고 있었던 바, 스냅드래곤 870에 준하는 성능을 보여 준다는 미디어텍 T1300의 성능이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T1300도 꽤 쓸만했다. 벤치마크 상으로는 스냅드래곤 870에 90% 정도의 성능밖에 안나온다고 하는데, 앱 빠릿빠릿하게 켜지고, 영상 잘 플레이해주면 되는 내 입장에서는 그 정도의 차이는 느끼지 못할 정도다. 게임을 하게 된다면 최적화 문제로 좀 불리할 수도 있을 듯하다.
디스플레이도 꽤 만족스럽다. 이미 스마트폰에서 AMOLED의 선명하고 리얼한 블랙을 맛본 상태라 태블릿에서의 AMOLED는 어떤 경험을 줄까 궁금했는데, 확실히 만족스러운 영상을 보여준다. 블랙 레터박스가 생기는 영상에서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태두리의 검은색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된 검은색을 표현해준다. 글자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어서 걱정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하드웨어의 만듬새도 훌륭해서 세상이 이렇게 발전했나 싶을 정도였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투톤의 단정한 그레이색 배치는 마음에 들었고, 뒷면의 촉감도 괜찮았다. 다만 앞면이나 뒷면이나 지문은 많이 남는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였다. 중국 내수롬 버전을 구입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처음 설치되어 있는 대부분의 기본 앱은 중국어로 덮여 있었고 이것의 대부분을 제거하는데 품이 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구글앱들이 안된다. 서버에 접속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래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다운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APKPURE라는 비공식 앱스토어를 알게 되었으며, 여기서 구글 서비스가 아닌 다른 앱들을 별 문제 없이 다운받을 수 있었다. OS에서 제공하는 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GBOARD라고 불리우는 구글 키보드를 설치하니 한글 입력도 문제 없이 가능했고, 전반적으로 영문판으로 사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말 그대로 영상머신으로 잘 활약할 듯하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사용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웹서핑 잘 되고, 영상 플레이도 잘 되며, 필요한 앱은 구글 서비스가 아니라면 APKPURE에서 받아서 설치하면 되니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사설 유튜브 앱도 잘 구동된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없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좀 어리둥절하긴 하지만, 나중에 정 답답해지면 그때나 방법을 찾아볼까 한다. 지금은 또 품을 들이고 싶지 않다.
주로, 지하철에서 퇴근길에 드라마 보는 용으로 사용할 예정인데, 정말 적절한 선택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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