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왓슨 사진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오래전에 얼리버드로 티켓을 구입해 놓았던 알버트 왓슨 사진전에 다녀왔다. 2월초에는 가려고 했는데, 주말 피하고 공휴일 피해서 평일에 가려니 휴가 쓰기가 어찌나 힘든지!

이번 알버트 왓슨 사진전에서 느꼈던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 사진도 이 사람이 찍은 것이었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서 워낙에 유명해진 사진들이 한 전시회실 안에 전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이러한 감정은 마치 허영만전에 다녀 오면서 느꼈던 "이 만화도 허 화백 작품이었어?"라는 감정과 거의 일치했다.

워낙에 유명한 사진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딱 두 가지가 가장 인상깊었다. 그 중 하나는 예전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영화 포스터로 사용된 장쯔이의 사진이었다. 당시에 난 장쯔이의 팬이기도 했고, 그래서 이 강렬한 대비의 사진을 꽤나 좋아하곤 했었는데 이 사진의 작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알버트 왓슨이라는 작가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 버렸다. 이렇게 멋진 사진을 남겨주어 장쯔이 팬으로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달까.

그리고, 역시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IT 기기에 열광하는 나같은 너드들에게 (지금의 애플 말고) 그가 살아 있던 당시의 애플은 신전이었고 스티브 잡스는 신이었다. 어쩌다보니 영정사진(?)으로 쓰이게 된 이 강렬한 사진을 잊을 수가 없다. 오디오 가이드에 따르면 작가에게 할애된 시간은 한 시간 뿐이었고, 그마저 작가가 30분만에 가능하다고 하니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좋아했다고. 회의실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는 상황을 상상하며 포즈를 취해보라고 했더니 이런 사진이 나왔다고 한다.
근래에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전시는 비싸기만 하고 재미가 없었는데,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전시를 본 것 같아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