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털 퀘스천: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닉 레인
『산소』를 읽은 이후 『미토콘드리아』와 『생명의 도약』에 이어 이번 『바이털 퀘스천』까지, 국내에 번역 출간된 닉 레인Nick Lane의 저서를 모두 읽게 되었다. 이미 그의 팬이 되어 버린 상황이라 뿌듯함을 느낀다. 2022년에 발간된 새로운 서적이 번역을 기다리고 있으니, 한국어로 변역되어 출간되면 당연히 읽어볼 예정이다. 보통 2년에 한 권 정도는 닉 레인의 책을 읽어 왔으니, 2025년쯤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닉 레인의 팬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번에 읽은 『바이털 퀘스천』에서는 그다지 얻은 것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닉 레인의 책에서 무엇인가를 더 얻어 내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은 내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우선 『바이털 퀘스천』은 이전 작품인 『미토콘드리아』와 『생명의 도약』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핵세포가 생겨나서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해 준다거나, 또는 그 이전의 호기성 세포가 탄생하게된 배경을 요약해 주는 대목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습득한 지식이었고, ATP에 대한 내용은 『생명의 도약』에서 습득한 내용과 같았다.
즉, 이미 이전의 두 책을 읽은 상태라면 새롭게 알게된 사실을 언급할 것이 별로 없다. 반대로 말하면 『바이털 퀘스천』만 읽으면 이전 두 권을 또 읽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난 이전 두 권을 읽을 때 좀 더 편안하게 지식을 습득했던 것같다.
그렇다고, 새롭게 습득한 지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바이털 퀘스천』을 통해서 새롭게 얻은 지식은 우리의 몸이 돌연변이의 확률 측면에서 오묘한 줄타기를 통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전자의 다양성을 어느 정도 허용해주되, 그것이 어느 임계점을 넘거 가면 아포토시스라고 불리는 세포 자살을 유도하는 과정이 진행된다는 내용은 꽤 흥미로웠다. 또한, 종마다 이 임계점은 다르게 설정되어 있고, 임계점이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으면 생식력이 떨어지고,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으면 질병에 취약해진다고 한다. 각각의 생명체들은 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 내용은 기존 두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아니면 이해하기엔 생리학에 대한 나의 기초 지식이 부족하여 습득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어쩌면 열정이 좀 식은 것일 수도 있고.
이전에 닉 레인의 책을 읽을 때만큼의 강렬함을 느끼지 못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새 책이 출간되면 기꺼이 읽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