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포코 F5 프로, 2주 사용기

아이폰4부터 쭉 아이폰만 사용하다, 약 2년전에 노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폰 대신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했었다. 버스폰이라는 생각으로 가성비 위주로 찾다가 구입한 것이 샤오미의 인도 시장 브랜드인 POCO의 F3였다. 그런데, 사용하다가 안드로이드의 OS에 익숙해져 버려, 다시 2년이 지난 지금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POCO 브랜드이고 모델명은 F5 Pro, 기다리고 있다가 출시 이후 구입가능한 첫 날 바로 구입해서 해외 배송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2주 전에 받게 되었고, 약 2주간 사용했던 경험을 기록해 놓고자 한다. 대체로 다른 브랜드와의 비교 보다는 기존에 사용했떤 F3모델과의 비교에 초점을 맞추었다.

2년전 포코 F3를 구입했을 당시에 뒷면이 좀 못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쓰다보니 익숙해졌는데, 이번에 F5 Pro도 비슷한 과정으로 익숙해졌다. 다만, 포코 F3보다 포코 F5 프로가 좀 더 못생겼다는 것은 여전히 느끼고 있다. 이 못생긴 디자인 때문에 마지막까지 F5와 F5 Pro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할 정도였다. 카메라 섬을 왜 이리 투박하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전체적인 두께도 더 두꺼워져 전반적으로 투박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무선 충전 기능이 들어갔기 때문인 듯하다.

데이터 이관 작업에 대한 걱정을 좀 했는데 의외로 쉽게 이전이 되었다. 구글에서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앱을 제공하고 있어서 기존 F3에 설치된 앱이나 설정 등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 앱까지 잘 옮겨 왔지만 각종 인증은 다 풀려서 앱마다 다시 인증을 해야 했다. 아마도 디바이스 ID 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성능

성능은 매우 만족스럽다. 스냅드레곤 8+ gen 1 칩이 탑재되어 있으므로 아마도 갤럭시 S23과 S22 중간 정도의 성능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F3의 870 칩셋과 비교하면 상당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된 셈이다.

게임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라 폰을 극한까지 몰아본 경험은 별로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서 업그레이드된 프로세서의 성능을 체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웹서핑만 해봐도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F3도 빠릿빠릿하다고 생각했는데 F5 프로는 그 이상의 빠릿함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벤치마크 점수에서는 정말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다. 2년 사이에 엄청나게 발전했구나!

디스플레이도 발전을 이룬 것이 느껴진다. 지난 F3와 같이 6.7인치 AMOLED 패널이 사용되었고, 해상도는 FHD급에서 QHD급으로 올라갔다. 다만, F3와 비교해서 더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긴 어려웠다. F3때도 딱히 불만은 없었기에... 이 작은 화면에서는 FHD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PPI기 때문이다. 사실 주사율도 120Hz까지 지원하긴 하는데, 60Hz 세팅일 때와 차이점을 느끼지는 못해서... 이번에는 가변 비율로 설정해 두었다.

충전과 무선충전

게임도 안하면서 굳이 $100 이상을 더 지불하면서까지 포코 F5가 아닌 포코 F5 Pro를 구입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무선충전 기능 때문이었다. 아이폰8에서 무선충전에 맛들인 이후, F3를 사용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바로 무선충전이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마그네틱 충전 케이블을 사용하게 되어 어느 정도 불편을 해소하긴 했지만, 대신 충전 단자에 팁을 꼽아 놓아야 했는데,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

막상 2주동안 사용해보니 정작 무선 충전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선충전기는 고속충전을 지원하지 않고 주문한 30W 고속 무선 충전기는 바다를 건너고 있기 때문에 책상의 충전을 위한 레이아웃을 아직 고민 중이라 적절한 곳에 충전기가 위치해 있지 않은 상태이다.

67W 유선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Mi Turbo Charge"라는 표시가 만족감을 더 높여준다

게다가, 유선 충전의 경우 67W 아답터를 사용하니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충전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기존 마그네틱 충전 케이블과 팁을 잘 사용하고 있어서 생각만큼 무선충전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포코 F5로 주문할 걸 그랬다.

쓸만한 카메라 성능

F3를 사용할 때도 카메라에 크게 기대하지 말라며 혹평 일색이었지만, 정작 난 소프트웨어 적으로 심도 얕은 사진을 만들어 주는 기능을 꽤 만족스럽게 사용해왔다. 주로 음식 사진을 찍다 보니 엄청난 셔터 스피드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야경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어서 엄청나게 밝은 렌즈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F5 Pro는 OIS 기능이 추가되는 등 F3보다 좀 더 성능이 향상된 듯하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런 성능을 실제로 체감할 정도의 조건에서 사진을 찍지 않기 때문에 성능향상을 체감하기는 힘들었다.

굳이 꼽자면 화각이 넓은 편이 불만인데, 샤오미만 그런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스마트폰 내장 렌즈들은 지나치게 광각이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35mm 환산 50mm 표준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35mm 정도만 되어도 참 만족스러울텐데... 이런 점을 이용해 다들 전신샷을 찍을 때 다리 길어 보이게 찍곤 하던데, 대신 얼굴 사진은 잘못 찍으면 이마 부분이 엄청 길게 나오거나 대각선으로 얼굴이 찌그러진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

국내 통신사와의 궁합

F3를 사용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엘지 유플러스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회선으로 번호이동을 했다가 전화가 터지지 않는다? 국내 VoLTE와 뭔가 스펙이 맞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로 KT나 SKT 같은 경우는 3G망으로 통화가 가능하지만 LG U+는 3G망이 없어서 그냥 통화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좀 까다롭다.

F5에서는 별다른 작업없이 LG 유플러스망도 사용할 수 있다. 통화도 잘 되고 데이터 사용도 잘 된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엘지 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해외에서 직구한 폰으로 국내에서 VoLTE망을 사용하려면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ODM 등록이라는 것을 해야 VoLTE로 통화를 할 수 있는데, 엘지 유플러스 망은 어차피 VoLTE만 되기 때문에 이런 절차가 생략된다.

통화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아서 3G망으로 통화한다고 해서 이제껏 딱히 불만은 없었고, 그저 알뜰폰 메뚜기짓을 할 때 선택의 폭이 50%나 넓어졌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울 따름이다.

추천할 만한가!

개인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하여 남들에게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갤럭시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UI/UX 측면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샤오미 자체의 UI/UX는 갤럭시의 UI/UX와 다른 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iOS 사용자가 넘어 온다면 똑같이 적응기를 거치겠지만...

게다가, 국내에서는 삼성 페이 등 갤럭시 시리즈가 가진 편의성 측면에서의 장점이 분명 존재한다. 삼성 페이때문에 갤럭시만 쓴다는 사용자도 많던데, 나야 아이폰을 쓰다가 넘어와서 불편함을 몰랐을 뿐이다.

혹시, 수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전국에 서비스 센터가 있는 삼성 갤럭시 쪽이 유리하다. 샤오미 폰을 사설 수리업소에서 수리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고장나본 경험은 없다. 서울이나 판교 정도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진 않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굳이 샤오미폰을 직구까지 해가며 구입한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플래그쉽에 준하는 성능을 원했기 때문이다. 같은 수준의 APU를 사용한 폰을 삼성 갤럭시 시리즈로 구입하려면 S22나 S23을 선택해야 하는데, S23은 말할 것도 없고 1년전 모델인 S22도 100만원 안팎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POCO F5 Pro의 경우 $400 조금 넘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엄청난 차이가 아닌가! 심지어 무선 충전을 포기했더라면 F5를 $300 초반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었다.

아마도 샤오미의 포코 시리즈가 적합한 사용자는 폰으로 이것저것 설정하기 좋아하는 성향의 사용자가 아닐까 한다. 메인폰은 갤럭시 플래그쉽을 사용하고 세컨폰으로 이것저것 바꿔가며 설정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용자 정도? 나같이 포코폰을 메인 폰으로 사용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드물 것같다. 이것도 아니면 듀얼 유심을 사용하고픈 사람?

삼성이라는 기업에 반감을 가진 사용자라면 생각해볼 수도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사실상 국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삼성전자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인데, 삼성도 싫고 iOS는 적응하기 어려운 사용자라면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한글 지원도 잘 되니 사용자체가 엄청나게 불편한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남들에게 추천해줄 생각은 없다. 심지어 누가 폰 뭐냐고 물어보면 그냥 중국폰 쓴다고 한다. 샤오미 포코 어쩌고 이런 걸 얘기하면 설명을 해줘야 한다. 번거롭다. 그만큼 샤오미 폰에 대한 국내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그저 나만 만족하며 쓰면 그만이다. 괜히 마이너한 폰을 추천해줬다가 불만 생기면 원망만 듣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