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착각』 토드 로즈

토드 로즈Larry Todd Rose의 책은 『평균의 종말』을 읽어 본 바가 있다. 이번에는 YouTube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채널에 소개가 되어 『집단 착각』이라는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원제는 『Collective Illusions』이다. 국내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작가인 듯하다.

1장을 들어가기 전, 서문에서 부터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미국인 5천 2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인격, 인관관계, 교육 같은 답변이 나왔다. 반면에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부, 지위, 권력같은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꽤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연구진들과 저자인 토드 로즈의 해석은 사람들이 대중의 생각을 잘못 넘겨 짚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 보다는 집단이 추구하는 경쟁적 요소를 성공으로 정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집단 착각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한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나름대로의 다른 해석을 해보자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부, 지위, 권력같은 것인데, 이러한 경쟁적 요소들은 획득하기가 사실상 어려우니, 그냥 뭔가 도덕적인 요소들로 성공을 정의하면 자신을 실패자라고 낙인찍지 않아도 된다. 서문부터 생각하는 바가 좀 달라서 책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다른 국가의 국민들보다 한국인들이 비슷한 질문에 유난히 부라고 답한 비율이 높다고 하던데, 집단 착각에 취약한 국민인 것일까, 아니면 솔직한 것일까? 아마 위의 결과를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국인의 성향이 정의될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이질적 결과를 집단 착각이라고 정의했으니, 이러한 사례들을 소개할 차례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나 좋아요 수에 그리 집착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집착할 것이라 생각하다던지, 선거에서 지지하는 A당의 A0 후보가 마음에 들지만 다른 사람들은 A1 후보가 마음에 들어할 것이기 때문에 B당의 B0 후보에 맞서려면 A1 후보를 내보내야 한다던지, 이런 집단 착각의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문제는 자신의 생각과 다수의 생각이 불일치 한다고 생각하면 심리적으로 피폐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자연스레 다수의 답이라고 생각한 방향으로 동조하게 되고, 이 불일치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아마도, 인생은 이 혼란함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는 과정이 아닐까.

이외에 타인의 거짓말에 대한 판별 능력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남을 잘 신뢰하는 편이면 고신뢰자, 남을 의심하는 편이면 저신뢰자라고 분류한다면, 거짓말을 잘 판별하는 쪽은 고신뢰자 그룹이라고 한다. 믿다 보면 배신당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누가 배신할 지 잘 구분하게 된다. 반면에 저신뢰자들은 애초에 믿음을 주지 않으니 배신당할 일도 없고 그래서 배신할 사람을 구분할 능력이 발전하질 않는다. 분명 난 저신뢰자 그룹에 속할 것이기에, 앞으로는 믿어보고 배신도 당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흔히들 집단 지성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다 보면 옳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단 착각』을 읽고 나면 반대의 케이스도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아무때나 집단 지성을 사용하면 안된다.

전반적으로 정보의 밀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 읽은 보람은 크지 않았지만, 대신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