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로지에 대하여

리브애니웨어를 통해 알게 되었고 실제 투숙까지 연결되어 나의 치앙마이 한달살이 숙소로 이용된 치앙마이 로지Chiang Mai Lodge에 대해 기록을 남겨 볼까 한다. 리브애니웨어에는 치앙마이롯지라고 소개되어 있다. 오두막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7층까지 있는 기업형 숙박업소이다.

우선 위치는 치앙마이 싼티탐Santitham 지역에 위치해 있다. 님만해민과 싼티탐을 가르는 도로에 비교적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 도보 10여분 거리에 마야 쇼핑몰이 있으며 동쪽으로 도보 10여분을 걸으면 올드시티에 다다를 수 있다. 또한 싼티탐에 위치해 있으니 당연히 싼티탐의 저렴한 맛집 탐방하기도 좋다. 이런 입지 조건이 치앙마이 로지의 두 번째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 번째 장점이 입지라면 첫 번째 장점이 있을 터, 그것은 바로 저렴한 숙박 비용이다. 8월 4일부터 9월 4일까지 31박 32일을 머무르는데 소요된 비용은 다음과 같다:

방세 KRW 387,000 (별도 보증금 350,000)
관리비 및 전기/수도 사용료 THB 1,146

참고로 내가 묵었던 방은 304호이며 아마도 4평 안팎의 크기였던 것같다. 월 THB 400의 기본 관리비가 청구되며, 청구된 THB 1,146 중 전기세가 THB 600 미만인데, 에어컨은 실외기가 인버터형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필요할 때만 켜는 방식을 취했다. 희망 온도는 27-28도로 설정했고 대략 외출했다 돌아오는 18시부터 자기전 24시까지 켜놓았다. 이 보다 더 낮은 온도를 원하거나 좀 더 넓은 방인 경우 전기세는 더 나올 수 있다. 수도세는 그리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 외에, 1층에 위치한 세탁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THB 30, 그리고 건조기를 사용할 때마다 THB 20을 지불해야 했다. 한 달동안 아마도 네다섯 번정도 이용한 것 같으니 THB 200 또는 250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이를 합쳐도 현재 원화 환산시 총 45만원 미만의 금액이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다른 숙박시설을 이용해보지 않아서 최고의 가성비 숙소인 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첫 번째 옵션은 아니었고, 숙소 예약을 미루다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치앙마이 숙소라 할 수 있는 PT레지던스 예약에 실패해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다.

프론트 직원들이 간단한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고, 대부분 친절하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친절해서 감동을 주는 수준은 아니고 필요할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제공되는 청소 수준도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이제 단점을 언급해볼까 한다. 우선 구글맵에서 살펴보면 평이 그리 좋지 않다. 대체적으로 5점 만점에 4점대 초반은 되어야 그럭저럭 지낼만한 숙소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치앙마이 로지는 당시에 3.8점 수준이었다.

여러 리뷰 중에 가장 우려되었던 점은 바로 보증금을 잘 안돌려 주려고 한다는 글들이었다. 실제로 여기 저기 경고문들이 붙어 있어서 심리적으로 좀 불편함을 느꼈다. 심지어 방 안에는 담배 피우다 적발되면 벌금 THB 1000라는 안내문을 커다랗게 붙여 놓기도 하였다. 흡연자가 아니라 이 문구를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내는 내내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 해야 했다.

가구와 가전제품들이 상당히 낡았다. 옷장이나 책상 등의 낡은 가구들은 백번 양보해서 고풍스럽다고 미화할 수 있겠으나, 브라운관 TV를 다시 보게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화면이 좀 큰 LCD TV가 있다면 14인치 노트북에 연결해서 써볼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브라운관 TV를 보며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화장실 역시 가격에 준하는 수준이다. 더러운 것은 아닌데 누런색의 샤워기나 작은 타일 등은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며, 세면대 높이가 다소 높은 편이라 세안할 때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난 한국남자 평균키 정도이니 그 보다 작은 사람들은 그 불편함이 좀 더 높은 수준일 것이다.

무료로 WiFi가 제공되는데 그냥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WiFi에 연결하면 웹브라우져가 뜨면서 미리 알려준 ID와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딱 하나의 기기만 연결이 가능해서 랩탑에 연결해 놓으면 휴대폰에서는 WiFi를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연결상태가 다소 불안한 편이라 HTS를 켜놓으면 종종 끊기기도 했고, 어떤 때에는 크레딧을 다 썼다며 연결이 안되는 현상도 있었다. 여러모로 WiFi 퀄리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위에 언급한 단점은 모두 참을만 했다. 하지만 개미는 좀 참기 힘들었다. 어느날 초코바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 막대기를 그냥 놓아 둔 적이 있는데, 5분도 지나지 않아 엄청난 수의 개미가 모여든 것을 목격했다. 그 이후로는 뭔가를 방에서 먹으면 1층에 있는 분리수거/쓰레기 통으로 바로 내려가서 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종종 침대나 내 몸을 기어다니고 있는 개미를 피할 수는 없었다. 치앙마이의 오래된 숙소에는 대부분 개미가 많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단점을 더 언급하자면 한밤중의 소음이다. 근처 숲(?)에서 오만 잡새와 잡벌레들이 울어댄다. 문을 닫으면 괜찮긴 한데 그러면 에어컨을 켜야 하고 에어컨 실외기의 소리가 꽤 크게 들리기 때문에 이 또한 잠을 설치게 한다. 비행기 소리가 종종 들리기는 하지만 밤 11시 이후에 들리지는 않아서 오히려 벌레/새 울음소리가 가장 큰 소음의 원인이었다. 이웃은 잘 만났는지 아니면 공실이었는지 옆 방 소음은 딱히 없었다.

전반적으로 다시 묵고 싶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다른 숙박시설 예약에 실패해서 어쩔 수 없다면 그럭저럭 묵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한달살기라 장기투숙이기도 하고 집돌이 성향이라 남들보다 숙소에 있는 시간이 많은 편임을 고려하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좀 더 컨디션 좋은 룸에 묵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