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퀀트투자로 유명한 강환국님이 운영하는 YouTube 채널인 "할 수 있다! 알고 투자"에서 어느 영상을 보다가 알게된 책이다. 꽤 오래전에 읽으려고 메모해 두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했더니 엄청난 인기로 예약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포기하고 있다가 인터넷에서 PDF 버전으로도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서 읽을 수 있었다.

세이노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이미 사업과 투자로 부를 이룬 분으로, 『세이노의 가르침』은 저자가 사업과 투자를 하면서 얻게 된 여러 가지 인생의 지혜를 담아 낸 책이다. 정확히는 정론지나 세이노 카페에 기고한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으로, 그래서인지 꽤 거친 표현도 보이고 정갈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문체의 유려함에 크게 얽매이지는 않는 편이라 읽으면서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얼마나 도의적으로 살까보다는 어떻게 부를 일굴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 또한 그런 취향이라 꽤 마음에 든다. 전체적인 글의 톤이 돈도 없으면서 허세부리는 사람들을 야단치는 논조라 읽으면서 혹시 그렇게 살고 있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가 뒤돌아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주옥같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평소에 알고 있던 것과 달라서 깨달음을 얻은 내용을 몇 가지 언급하자면, 우선 전문가들 밑에서 일하는 것에 심사숙고하라는 조언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변호사나 의사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은 우월하고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잘하면 본인 탓, 잘못하면 직원탓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 조직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프리랜서로서 그런 조직으로부터 일감을 따낼 때는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너가 사장이 아닌 곳이나 오너와 직접 대면하지 않는 조직을 피하라는 조언도 인상깊었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같은 큰 조직이 성장하기에는 불리하다는 뜻인데, 모두들 대기업에서 일하려고 아둥바둥하는 세태를 생각하면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창업을 위해서 창업자 가까이에서 일을 배우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창업할 생각이 없다면 대기업이 더 좋을 것이고.

직업을 선택할 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는 꽤 많은데, 저자는 이에 대해서 꽤 명쾌하게 답을 내리고 있다. 세이노는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할 자신이 있을 때 비로소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즉, 프로의 경지에서도 경쟁할 만큼의 재능이 있는가를 먼저 판단해 보라는 뜻이다. 포텐셜만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판단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잘하는 것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 길일 것이다.

요식업에 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먹는 장사를 하려면 가난하고 배고픈 자들의 입에 맛있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고 팔지도 말라고 한다. 배부른 부자들이 먹었을 때 맛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음식을 미리미리 준비한 뒤에 개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떤 취지인 지는 이해하겠는데 부자의 수는 적고 빈자의 수는 많으니 빈자에게 박리다매를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반론을 제기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요식업을 할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다.

초반에는 따로 메모도 기록하며 읽어 나갔지만, 나중에는 메모를 포기했다. 이렇게 메모하다가는 책 전체를 메모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몇 가지 이외에도 수많은 삶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재미도 있다.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책은 별로 없는데 이 책은 그런 책인 것같다. 다만, 중년 남성 입장에서 씌여진 내용이 상당해서 여성 입장에서는 불편할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기에 누구에게나 추천해줄 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부자가 되겠다는 열망이 그리 많지 않은 이에게도 이 책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