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 G1 내추럴, 핸드드립 후기

작년 11월에 핸드드립 세계에 입문한 이후, 아프리카산 원두들을 위주로 드립질을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탄자니아 AA 등을 경험하며 아프리카 원두들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은 상태이다. 그러다가 예전에 마셔보고 감탄했던 게이샤 원두가 떠올라 구입을 고려했는데, 유명한 파나마 게이샤는 너무 비싸고 대안으로 에티오피아 아바야 지역의 게이샤 원두를 구입해 보았다. 이번에도 아프리카산 원두를 구입한 셈이네?

파나마 게이샤 만큼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은지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 원두도 상대적으로 비싼 편에 속한다. 열심히 검색한 끝에 1kg을 배송료 포함하여 36,000원 수준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요즘 평균 17g-18g 정도를 사용하는 레시피에 정착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원두 비용으로 잔당 630원 수준을 소모하는 셈이다. 최대한 500원 수준으로 맞추려고 했음에도 쉽지 않았다. 이것도 평소에 500g씩 구입하던 걸 1kg를 구입해서 억지로 낮춘 것이다.

처음 보게된 게이샤 원두
기존에 아프리카산 원두들에 비해 좀 작은 느낌이다?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를 세 잔째 마셔본 소감은 의외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와 비슷한 맛이 난다. 예전 기억으로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맛이었는데, 기억이 미화된 것일까, 아니면 유일하게 파나마의 아시엔다 에스메랄다hacienda esmeralda 농장에서 출품한 게이샤만이 훌륭한 것일까? 아니면 커피의 맛은 와인과 같이 원두보다는 해당 지역의 떼루아가 결정해주는 것은 아닐까? 예전 마셔본 게이샤가 파나마산이라는 보장도 없고, 나의 커핑 실력도 보잘 것 없으니 결론내릴 수가 없다.

우선적으로 해결할 점은 다소 날카로운 산미다.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드립을 마치고 난 커피 찌꺼기의 모양새가 예전에 내렸던 아프리카 원두와는 다르다. 덩어리가 진 또는 떡진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분쇄된 커피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처음에 빠르다 나중에는 느려진다.

분쇄도 조정을 좀 해볼 예정이다. 이론적으로는 분쇄도를 좀 널널하게 해주면 물줄기가 빨라지고 산미가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럼 커피가 너무 싱거워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