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티지 치즈 만들기, 성공
아스날 경기를 시청할 때 맥주 안주로 염아몬드와 까망베르 치즈를 함께 즐기곤 한다. 그런데, 아스날 경기는 수요일 새벽에 있음에도 까망베르 치즈가 다 떨어진 것을 너무 늦게 인지했다. 고민하다 이 기회에 코티지 치즈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어제 저녁이었고, 완성된 것은 오늘 점심 정도였다. 결과를 먼저 언급하자면 성공적이다. 예상했던 맛보다 덜 짜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원래 코티지 치즈는 그렇게 짜지 않다. 까망베르 치즈같은 염도를 생각했다면 소금을 훨씬 더 넣었어야 했다.
코티지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매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유를 끓여서, 산을 이용해 유지방을 응고시킨 후, 유청을 제거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가장 간단한 레시피를 참고하여 만들어 보았다.

사용한 재료는 매우 간단하다 폴란드산 멸균 우유 1,000ml, 시판 중인 이탈리아산 레몬즙 50ml, 꽃소금 10ml, 이것이 전부다. 생크림을 추가하면 좀 더 고소하다고 하는데, 만든 결과물을 맛보니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충분히 카페 마마스 리코타 치즈 샐러드에서 느꼈던 맛이 난다. 멸균 우유 대신 국내산 일반 우유를 사용해도 되고, 심지어 저지방 우유를 사용해도 무관하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원래 Skimmed Milk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레몬 대신 식초를 사용해도 된다고 하는데, 다들 레시피에는 레몬을 사용하고 있어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기로 하였다.
준비할 요리 도구도 매우 간단하다. (가능한 한) 두꺼운 냄비, 채반, 면보, 유청을 받아낼 그릇 정도가 전부이다. 모두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면보를 어떻게 구하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건 다이소에 가면 다 있다. 어떤 면보를 사용해야 하냐의 고민이 있을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촘촘한 면보가 더 좋은 선택인 듯하다. 유청을 걸러내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겠지만, 초보일 수록 응고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준비가 되면, 우선 냄비에 우유 1,000ml를 붓고 끓인다. 가능한 한 센 불에 끓이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냄비 뚜껑을 덮고 끓일 경우 시긴을 더 단축시킬 수 있긴 한데, 이러다가 넘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니 각 가정의 가스렌지의 화력에 따라 2분 정도는 뚜껑을 덮고 끓이다가 그 이후에는 뚜껑을 열고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 정말 넘치는 건 순식간이다.
우유가 끓는 것을 확인했다면, 레몬 50ml와 소금 10ml를 흩뿌려 넣은 후 불을 최저치로 줄여야 한다. 이것이 매우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냄비 바닥에 우유가 들러붙어서 누룽지 치즈가 되어 버린다. 이것을 막고자 젓는 것도 안된다. 저으면 유지방이 응고되지 않는다. 그저 타이머 10분에서 15분 정도를 맞춘 후 뚜껑을 덮지 않은 상태로 건드리지 않고 기다린다. 불을 최소화력으로 줄여 놓았으니 넘칠 일은 없다.
이제 순두부같이 응고되어 뭉쳐 있는 덩어리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광경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면 실패한 것이다. 좀 더 끓여 보도록 한다. 그래도 안된다면 시판되는 레몬에 첨가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필수량 이내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레몬을 직접 짜면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첨가물이 적게 들어간 시판 레몬즙을 사용해야 한다. 좀 더 끓여 본 후 완벽한 성공은 아니더라도 다음 스텝으로 진행해 보기로 하자. 나 역시 완벽하게 뭉친 모습은 아니었지만 성공했다.
그릇에 채반을 대고 그 위에 면보를 다시 덮은 후에 그 위에 냄비 안의 내용물을 조심스럽게 붓는다. 뜨거우니 화상에 주의하면서 부어야 한다. 이제 서서히 식으면서 응고된 유지방 단백질이 채반과 면보 위에서 치즈가 되고, 남은 유청 액체가 그릇에 담기게 된다. 한 시간 정도 식힌 후에 냉장고에 넣어 두고 12시간 정도 지나면 코티지 치즈가 완성된다.

과연 치즈같은 모양새가 만들어 졌을 지 두근두근 거리는 심정으로 면보를 열어 보니 치즈가 그럴 듯한 모양새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생애 최초로 치즈를 만들었다! 치즈 제작 기술 Lv. 1을 습득하였습니다?

면보에서 치즈를 걷어 내어 글라스락에 넣어 두었다. 면보 모양이 찍혀 있는 것을 보고 피식했다. 생각보다 꽤 꾸덕꾸덕해서 일부 덩어리는 면보에서 잘 떨어지지 않기도 했다. 15시간 정도 지난 후에 이 상태였으니 다음에는 조금 서둘러서 면보에서 채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유 1L로 만들어낸 코티지 치즈를 저울에 올려 놓고 무게를 재어 보니 330g 정도였다. 끓이다 넘친 것이나, 면보 위에 붓는 과정에서 실수로 좀 흘린 것 등을 감안하면 350g 남짓 나오는 듯하다. 200g 정도 건지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수율이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맛은 꽤 훌륭하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카페 마마스에서 먹었던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비슷한 맛이 난다. 물론, 요즘 카페 마마스 가본 지 1년도 넘은 것같아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실제로 샐러드에 넣어서 먹으니 샐러드의 풍미가 한 층 올라갔다.
원래는 맥주 안주 용도로 만든 것인데, 다음에 다시 만들게 된다면 소금을 좀 더 과감하게 넣어야 할 것같다. 한 30ml 정도 넣으면 까망베르 치즈 수준의 염도가 되려나? 10ml로는 샐러드에 적합할 지는 몰라도 맥주 안주로는 충분한 염도가 아니다. 새벽에 아스날 경기를 볼 때는 이 코티지 치즈를 꿀에 찍어 먹거나 염아몬드와 함께 먹거나 할 예정이다.
늘 요리는 부가가치 생산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인건비를 생각하면 그냥 사먹는 게 더 낫다. 대량 생산의 효율성을 핸드메이드로 따라갈 수는 없다. 다만, 치즈 만들기나 요거트 만들기는 취미 측면에서 경험 삼아 한 두 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코티지 치즈 만들기는 난이도가 너무 낮다. 봉지라면 끓이기의 난이도가 1.0 정도이고, 팔도 비빔면 만들기의 난이도가 1.7 정도 된다면 코티지 치즈 만들기의 난이도는 2.0 정도 되는 것같다. 라면 끓이면서 인건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코티지 치즈 또한 인건비를 계산하기에는 너무나 간단하다.
설거지 거리는 끓였던 냄비, 채반, 면보, 유청 받아낼 그릇 정도이다. 면보 빠는 게 좀 귀찮기는 한데 이것 때문에 못만들 정도는 아니다. 시간은 총 20여분 정도 걸리는 듯하다. 물론, 유청을 어느 정도 빼내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반나절이지만, 그 시간을 계속 관여하는 것은 아니니, 타이머를 활용하면 빼앗기는 시간은 오히려 라면 끓이는 때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유청의 활용 방안은 숙제로
이렇게 코티지 치즈를 만들고 나면 상당양의 유청이 생성된다. 유청에도 여전히 많은 영양소가 녹아 있는 상태이기에 이에 대한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알려져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피부에 양보하라는 이야기도 있고, 이것을 활용해 다시 우유와 섞어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다. 다만, 이번에는 그냥 다 버렸다. 메인인 코티지 치즈 완성도에 주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활용 방안이라고 나온 것들도 썩 내키지는 않는다. 이를 보관했다가 세안할 때 사용하는 것도 번거롭고, 이것보다 더 좋은 제품들이 많은데 굳이 유청으로 세안을 해야 할까 싶다. 리코타 치즈로 재활용시키는 방법도 있는데, 치즈 만드는 인터벌이 짧으면 모를까, 보관하는 것도 번거롭다. 라씨를 만들어 먹는 방안이 그나마 해볼만 한데, 여름에 한 번 도전해볼 예정이다.
프레쉬 치즈와 요거트의 차이점?
이번에 코티지 치즈를 만들면서 꽤 많은 레시피를 참조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치즈와 요거트의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늘 궁금하던 것인데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만들기 과정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우유를 끓여서 유지방 단백질을 응고시킨 후 유청을 분리해 내는 것이 프레쉬 치즈이고, 우유를 끓이지 않고 대신 유산균을 넣고 배양시키면 요거트가 된다. 추가로, 이 요거트를 요거트 메이커 등을 이용하여 압착하여 유청을 제거해 내면 그릭 요거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