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이라는 작가는 이번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기 전에 이미 아일랜드 작가라는 정보로 인해 선입견 같은 것이 생겨 버려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이런 선입견 때문인지 상상되는 느낌은 어둡고 쿱쿱하며 가난에 찌든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20세기 초중반 아일랜드에서 아이나 여성들에게 벌어진 강제 노역과 감금을 다루고 있다. 심지어 이런 범죄가 벌어진 곳이 아일랜드 정부와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였다고 한다. 당연히 어둡고 칙칙한 느낌일 수 밖에 없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 내어야 하는 다섯 명의 딸을 가진 아빠인 펄롱은 어둡고 칙칙한 거시적 환경에서 한 소녀를 구해냄으로서 한 줄기의 미시적인 희망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고작 120여 페이지만으로 이 어마어마한 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마도 클레어 키건이라는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한다. 거대 담론을 독자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도록 미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짜임새가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이야기였다.

두 번이나 방문했던 아일랜드와 더블린은 밝고 경쾌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곳이었는데, 문학에서 만나는 아일랜드는 더없이 어둡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