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의 주식 투자 법칙』 cis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개인 투자자/트레이더라고 하면 아마도 BNF라는 분일 것이다. 주식 투자를 어느 정도 해온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이름을 들어볼 만큼,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cis의 주식 투자 법칙』라는 책을 통해 이에 버금가는 일본 개인 트레이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is라는 필명(?)을 쓰는 분이다.

책에도 자신의 전략을 자세히 밝히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가장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돌파 매매를 즐기는 분인 듯하다. 심지어 눌림목 매수도 일종의 역추세 매매로 치부하며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즉, 저가매수 뿐만 아니라 주가가 살짝 꺾일 때 매수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맨탈 측면에서도 귀담아 들을 내용이 꽤 된다. 칼같은 손절은 물론이고, 손절 후 상승하여 다시 살 때도 망설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손절 후 다시 매수하는 것은 사실 큰 고통이 따른다. 손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직전에 했던 매수라는 행위가 잘못되었다며 패배를 인정하는 행위인데, 손절 후 다시 매수를 하는 것은 그 그 패배를 인정하는 손절이라는 행위마저 잘못되었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것을 기계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뉴스를 이용한 모멘텀 플레이에 대한 팁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월요일에는 일본 시장에서 주말 사이 뉴스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과매도/과매수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이용하에 평균회귀 전략을 사용하면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시차가 같은 한국 시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번 테스트를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소박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위해 9천만엔을 썼다고 한다. 게임에 9억원을 쓰다니! 부동산 투자가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며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일본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이 나름 위험대비 수익이 괜찮은 상품이 아닐까 생각되긴 하는데, 제대로 안해본 입장에서 할 말이 없다.

사업을 해본 경험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있다. 터틀 트레이딩 같은 걸 시도해 본 듯하다. 지인 들 중 일부를 모아서 교육을 시킨 다음에 트레이딩을 시켰는데,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고 대부분은 그냥 본전이라 전반적으로 월급 나간 것만큼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은 교육을 한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트레이딩도 재능의 영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다른 사업을 벌여 봤지만 잘 안되서 매각을 했더니 다른 사업가들이 잘 키우더라며 자신이 사업에 소질이 없음을 인정하였다. 트레이딩을 잘하는 것과 사업을 잘하는 것은 정말 다른 재능인 것같다.

여자친구 모집에 대한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지인 중 하나가 일본 최대 커뮤니티라고 하는 2CH에 "3억엔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 친구 모집 중"이라는 글을 올리는 것을 보고 "1억 2천만엔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 친구 모집 중"이라는 글을 올리며, 대신 연령, 용모는 상관없다고 덧붙이니 처음 올렸던 친구보다 훨씬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10개월동안 계속 모르는 여성과 데이트를 즐겼다고. 지금 부인은 10개월동안 그런 생활을 하다 지쳐서 고만하고자 할 때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뉴스 같은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것같다.

거시 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하나 얻게 되었는데, 무엇인가 새로운 가치가 나타나면 자신이 가진 현재의 가치는 자연스레 하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바가 아니라 가치 보존에 대한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예를 들어 실제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메타버스에서 부동산이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거래되는 세상이 온다면, 실제 부동산의 가치는 과거보다 떨어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식으로 세계 경제는 팽창한다.

전반적으로 트레이딩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는 저자의 인생관이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금융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어마어마한 자산을 트레이딩을 통해서 축적했다면 그 과정이 꼭 순탄치만은 않았을텐데,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런 부분을 그저 덤덤하게 표현한다. 굳이 그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과장하지 않는다. 그런 고통쯤이야 마치 게임에서 한 번 죽으면 리셋 포인트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정도로 취부하는 듯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