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식사법』 정희원

『저속노화 식사법』의 저자인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YouTube에 본인 채널도 운영 중이고 다른 여러 채널에서도 느리게 나이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주곤 한다. 이치에 맞는 내용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분이라, 이분의 의견은 의심없이 믿는 편이다.

정희원 교수가 쓴 책 중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를 읽은 바 있으니,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인 셈이다. 『저속노화 식사법』은 평소에 저자가 강조하는 운동 열심히 하고 밥 잘먹고 잠 잘자는 생활습관 중 어떻게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저속노화 식사법』을 통해 MIND 식사법을 소개한다. MIND 식사법은 체중 감소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지중해식 식사와 고혈압 예방에 특화되고 체중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대시 식사의 특징을 조합한 방법이다. 특징이라면 지나치게 엄격한 편이 아니라 꾸준히 실천하기 좋다. 개인적으로 생선을 별로 안좋아 해서 생선을 일주일에 1회 정도만 권하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지중해식 식사법과 가장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난 마른 비만이었다. 위기감을 느끼고 비교적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오기까지 거의 10년은 걸린 것같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로 그저 식사량을 줄이는 무식한 방법을 사용해서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이다. 『저속노화 식사법』에서는 ET체형이 생기는 악순환의 대표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비만-인슐린 모델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 매커니즘을 알았더라면 좀 더 효율적으로 마른 비만 문제를 해결했을텐데,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ET체형이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혈당 스파이크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식이섬유 없이 액상과당이나 정제곡물 등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그럼 이를 해결하고자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고 그럼 혈당이 다시 급격히 떨어진다. 금방 배가 고파지는 이유다. 우리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뭔가를 먹게 되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다이어트와 폭식을 반복하다보면 지방은 안빠지고 근육만 빠져서 팔다리는 가늘어 지고 배만 나오는 ET체형이 된다. 비만-인슐린 모델이라고 한다.

탄수화물을 포함한 당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이렇게 중요하다. 과일이 달지만 과하게 먹지만 않는다면 건강에 좋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식이섬유와 함께 당을 섭취하기 때문에 혈당스파이크가 일어나지 않는다. 과일에 따라서는 당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과일도 있긴 하다.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지 않는 과일로 저자가 추천하는 과일은 블루베리와 사과, 감귤 등이 있다. 당부하 테이블이라는 것으로 정리해 놓기는 했는데, 과일을 먹을 때마다 이것을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그냥 앞으로는 이 세 가지 과일 위주로 섭취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파인애플이나 망고 등의 열대과일은 혈당 스파이크 방지 측면에서 좋은 과일이 아니었다. 슬프다.

『저속노화 식사법』에서는 탄수화물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당황했던 내용은 오메가-3를 보충제로 섭취하는 케이스다.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너무 오메가-6 쪽으로 치우치는 경우 몸 안에 많은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특히 혈관에 염증이 생기면 고혈압 등의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오메가-6는 섭취되게 마련이니 비율을 지키고자 오메가-3를 구입해서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오메가-3를 보충제로 섭취하는 것은 노화를 늦추는 실험에서 의미있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논문을 제시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또 생선은 1주일에 한 번이면 족하다네? 왜지? 오메가-3 복용은 멈춰야 하는 것일까? 책을 읽고 고민꺼리가 하나 늘었다.

한 가지 얻게 된 지식이 있다. 흔히 식용유로 튀김 요리할 때 쓰이는 까놀라유 등에는 오메가-3가 풍부한 편이지만 산화안정성이 낮아서 고온에 조리시 트랜스지방으로 변질된다고 한다. 그래서 올리브오일 말고는 다 나쁘다고 한다. 특히나 해바라기유는 애초에 오메가-3 따위는 들어 있지도 않아서 제일 나쁜 녀석같이 보였다. 올리브오일의 오메가-3 비율이 최고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튀김 요리에 권하는 이유는 산화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민꺼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근육성장 매커니즘 때문이다. 몸안에 단백질이 충분하고,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인 류신이 세포 내에 충분한 농도로 갖추어 진다면 인슐린과 IGF-1 등이 관여하여 mTor라는 효소의 활성도가 높아지면 근섬유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근육성장을 촉발하는 요소들이 노화를 가속화하는 쪽으로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즉, 근육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면 노화가 빨리 찾아 온다는 뜻이다. 물론, 근육에 욕심을 많이 부르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근육 성장이 필요하긴 해서 약간 찜찜하다고나 할까. 언제나 중용이 가장 어렵다.

평소에 노화 관련 서적을 꽤 읽기도 하고 각종 YouTube 채널도 많이 시청하는 편이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많아서 전반적으로 읽기 수월한 편이었다. 또한, 그 사이사이 놓쳤거나 너무 어려웠던 개념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꽤 유용했던 독서로 기억될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