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 스위프트 16 AI SF16-51, 일주일 사용기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랩탑은 한성 언더케이지 TFX4450H, 코드명 르누아르로도 유명한 AMD Ryzen 4000 시리즈 CPU를 탑재하고 메모리를 32GB까지 업그레이드하여 잘 사용중이었다. 좀 더 사용해도 무방한데, 이렇게 어영부영하다가 업그레이드 시기를 놓쳐서 급할 때 랩탑 성능 이슈로 고전했던 기억이 나서, 사용한 지 4년이 훌쩍 넘은 시점이라 교체를 결심했다. 굳이 교체 욕구가 있다면 1080p 이상의 해상도를 원했다는 점 정도?

꽤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새 랩탑은 Acer Swift 16 AI SF16-51, 정확히는 32GB 메모리를 장착한 AI SF16-51-70J2 모델이다. 스펙은 루나레이크로 더 잘 알려진 Intel Core Ultra 2세대 제품 중 258V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루나레이크 CPU는 독특하게도 CPU안에 메모리가 내장되어 있다. 최근들어 (특히 울트라북같은 경량 노트북의 경우) 메모리 조차 메인보드에 납땜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메모리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겠으나, 노트북 제조업체조차 선택권을 제한당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 소비자 입장에서 구입 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부품은 SSD 밖에 없다. 그나마 희소식이라면 슬롯이 두 개라 쉽게 추가할 수 있다는 점 정도? 랩탑에 대용량 저장장치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업그레이드하면 될 것같아, 우선 기본 사양인 512GB를 선택했다.
경량 노트북에 속하지만, 16인치의 대화면을 자랑하기에 무게는 1.46kg, 현재 이 사이즈의 노트북을 1.2kg 수준으로 출시한 곳은 LG 그램 뿐이다. 작년이던가, AMD 7735U를 탑재한 모델을 에이서에서 1.2kg 정도로 만들어서 출시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망설이다 구입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 기존에 사용하던 14인치 랩탑은 1.1kg, 0.36kg의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진다. 특히, 소파나 침대에 기대어 무릎에 놓고 사용할 때 묵직함을 체감할 수 있다.
화면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16인치라는 랩탑 치고는 큰 사이즈의 화면은 랩탑에서 외장 모니터 연결 없이 작업할 때 느꼈던 답답함을 상당히 완화시켜주며, 여기에 더해 QHD를 훌쩍 넘기는 해상도와 화사한 OLED 패널은 영상시청시에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다. 다만, 글레어 패널이라 어두운 화면에서 얼굴이 비춰 보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수시로 외모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pixel-pefect한 설정을 선호해서 일반적으론 100%로 사용하곤 하지만, 16인치에서 2880px by 1800px 해상도를 화면 배율 100%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실감하곤 125%로 사용 중이다. 125%도 겨우 가능한 수준이다. 앞으로 150%로 더 확대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외관은 검은색 배경에 테두리를 금색으로 처리한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그냥 올블랙이었으면 다소 지루했을텐데, 이렇게 포인트를 준 부분은 마음에 든다. 전반적으로 울트라북 스타일로 날렵하게 모서리를 만들어 놓아 얄상해 보이기도 한다. 화면 상단 중앙에 카메라 배치할 공간이 부족했는지 살짝 튀어 나와 있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거슬리지는 않는다.

포트 구성은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왼쪽에는 HDMI 포트, (전원 어답터 겸용으로 사용하는) 썬더볼트를 지원하는 USB4 TYPE-C 포트가 두 개, 그리고 TYPE-A USB3.2 포트가 하나가 있고, 오른쪽에는 TYPE-A USB3.2 포트가 하나, 그리고 3.5파이 헤드폰잭이 있다. 오른쪽에 포트를 몇 개 더 넣어줄 만도 한데, 경량 노트북에서 더 많은 포트를 바라는 건 욕심이려나.
이전에 사용했던 노트북이 어처구니 없게도 전원 연결포트를 오른쪽 사이드에 마련해 놓아서 마우스질 할 때마다 걸리적 거렸는데, 당연하게도 이번 모델은 왼쪽에 연결하면 된다. 여기에서 해방된 것이 상당히 행복하다.

외관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치명적으로 불쾌한 구석이 하나 있다. 바로 키보드 Function키 끝자락에 Acer 전용키를 박아 놓았다는 것이다. 이게 왜 불쾌하냐고 이해 못하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커스터마이징된 키를 박아 놓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만약 구입하기 전에 인지했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품까지 고려하다가 화를 억누르고 그냥 적응하는 쪽으로 결정하긴 했는데, 여전히 볼 때마다 거슬린다. 마치 유료로 구입한 앱에서 계속 광고가 나오는 기분이랄까. 이 키를 누르면 Acer Sense라는 Acer 전용 프로그램이 동작하는데, 소프트웨어적으로 막아 버렸다.
빠르지만 놀랍게 빠르진 않다
속도 측면에서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빠릿빠릿하다. 다만, 이전에 사용하던 AMD Ryzen 4600H CPU가 탑재된 노트북과 비교하던, 현재 사용하는 5600G CPU가 탑재된 데스크탑과 비교하던, 압도적으로 퍼포먼스가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런 작업을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Visual Studio 잘 열리고 빌드 잘 되면 크게 상관없기에 앞으로도 성능상으로 놀라움을 경험할 가능성도 별로 없을 것같고 반대로 실망할 가능성도 별로 없을 것같다.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은 소음 측면이었다. 워낙에 저전력으로 설계된 CPU라 팬이 돌아가는 걸 듣기가 힘들 정도다. 팬은 벤치마크 돌릴 때나 좀 돌아 간다. 굳이 게임을 한다면 돌겠지만 PC게임 안한 지 꽤 됐다. TSMC의 3nm 공정은 위대하다!

램드라이브를 애용하는 입장에서 CPU에 메모리를 내장시키는 설계로 인한 8533Mhz에 이르는 메모리 Frequency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막상 벤치마크를 돌려보니 실망을 금치 못했다. 데스크탑에 사용중인 3200Mhz 메모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CPU에 내장된 메모리의 성능 한계인지 램디스크 S/W의 한계 때문인 지는 잘 모르겠다.
실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본 장착된 킹스톤 NVMe SSD는 PCI-e 4.0 스펙이지만 PCI-e 3.0 스펙을 살짝 웃도는 수준 밖에 나오지 않았다. 순차 읽기/쓰기 8GB/s 안팎을 기대했는데... 다만, 대용량파일 전송이 아니면 체감할 일은 딱히 없기에 큰 불만은 없다.
너무 많이 설치되어 있는 Acer 프로그램들

위에서 언급한 Acer 전용키를 동작하게 하기 위한 Service를 비롯해 10가지가 넘는 Acer 전용 Service가 윈도우 Services에 등록되어 있다. 하나하나 disabled 시키고 자동 실행을 막아 놓았다. 참고로 Acer 키는 AutoHotKey에서 Key History 트래킹을 해보니 175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AutoHotKey로도 막아 놓긴 했는데, 굳이 이런 Key remapping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윈도우 서비스로 가서 ASMSvc, 즉 Acer System Monitor Service를 disable시키면 동작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Acer Service들이 거슬려서 윈도우를 밀어 버리고 다시 설치할까 하다가, 일단 다 disable 시켜 놓고, 나중에 레지스트리에서 제거하기로 했다. 재설치는 나중에 저장공간 부족으로 다른 SSD를 장착할 때 하면 된다. 윈도우 다시 설치하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이다.
이외에 고려했던 모델들
에이서 Swift 16 AI SF16-51-70J2 모델로 최종 결정을 하고 내 손안에 들어오기까지, 함께 고민했던 모델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LG그램을 가장 먼저 고려했었다. 1세대 그램을 정말 오랫동안 잘 써왔던 사용자 입장에서 LG그램은 16인치 모델들도 1.2kg 수준으로 출시하여 무게 측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이 너무나 사악해서 차마 선택하지 못하고 가장 먼저 탈락시켰다. 고작 0.2kg 차이에 50만원이상을 태워야 하나라며, 팔근육을 좀 더 키우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함께 고민했던 모델은 레노버 Yoga Slim 7i, 이 모델은 가격도 160만원대 후반으로 비슷하고, 메모리 32GB 옵션으로 선택하면 스펙이 CPU까지 같을 정도로 비슷했는데, 디스플레이가 15.3인치라 다소 작았다. 키보드 배열도 숫자키 없이 정중앙에 위치해 있어 더 마음에 드는데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살짝 작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포기했다.
다시 선택한다면 음... 고민이 된다. 살짝 큰 화면 대신 치명적인 Acer키를 수용할 지, 아니면 살짝 작은 화면을 수용하고 레노버 쪽으로 선택을 할 지, 아마도 후자가 될 듯 싶다. 그런데, 앙증맞은 아답터를 생각하면 Acer의 손을 들어줄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