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깡토

이제는 주식 투자나 트레이딩 관련 서적을 너무 많이 읽어서 더 이상 책으로 습득할 중요한 지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얻어 가는 지식이 있긴 하겠지만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은 주식 관련 서적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손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깡토님이라는 슈퍼 개미 반열에 오르신 분이 쓰신 책으로, 꽤 유명한 분인데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들어가 있는 퀀트 관련 단톡방에도 계시더라.

다 읽고 나니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가 매우 위험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주식 투자나 트레이딩에 입문한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어설프게 따라하게 된다면 분명히 자신의 계좌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숙련된 투자자/트레이더에게는 지향해야 할 바가 듬북 담겨져 있는 책이다.

본인의 스타일을 함축적으로 테크노펀더멘탈리스트라고 소개하고 있는 깡토님은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접목하는 윌리엄 오닐 스타일로 자산을 불린 분이다. 당연히 CANSLIM 전략을 제대로 구사하시는 분일 것이다. 게다가, 개발자였던 경력을 바탕으로 시스템 트레이딩까지 접목했다.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접목하는 것은 최고의 전략이 될 것같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기본적 분석은 가치에 기반을 두고 기술적 분석은 가격에 기반을 둔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수익으로 치환하는 전략이 기본적 분석이고, 가격은 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이니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이 기술적 분석이다. 철학이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둘 중 한 가지 방법을 취한다. 가격이 가치를 반영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자가 되거나, 가치를 무시하고 가격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트레이더가 된다.

초심자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어설프게 접목하면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기본적 분석의 관점에서 매수했는데 가격이 떨어졌다고 손절을 한다던지, 기술적 분석의 관점에서 매수를 했는데 저평가되어 있다고 비자발적 존버를 하거나 물타기를 한다던지 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면서, 이미 성공한 대가의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변명을 덧붙인다.

저자는 이러한 혼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계좌를 나누는 방법을 권한다. 예를 들면 기본적 분석 관점에서 장기 투자하는 계좌, 트레이딩을 위한 계좌를 나누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모든 사람이 이 방법으로 완전히 다른 인격으로 투자와 트레이딩을 병행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혼란한 맨탈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깡토님은 기술적 분석 중에서도 추세추종 방식을 선택하고, 기본적 분석의 관점에서는 저평가 되었을 때 매수를 하게 되니, 진입 시점에서는 두 계좌에서 동시에 같은 종목을 매수하게 되는 시나리오는 발생하기 어려울 것같다. 60일선을 주로 본다고 했으니 추세추종용 계좌에서는 적어도 60일선 위에서 매수가 되었을 것이고, 기본적 분석을 하는 계좌에서는 60일선 아래에서 매수가 되었을 것이다.

또 한가지 특징으로는 적어도 트레이딩을 위한 종목은 시가총액이 높고 거래가 활발한 종목으로 한정한다는 점이다. 이런 종목은 많은 사람들이 눈여겨 본다는 뜻이고 그래서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다. 물론, 미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 가에 따라 투자자마다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차이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다.

기본적 분석 진영과 기술적 분석 진영은 늘 서로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다. 기본적 분석가들은 기술적 분석가들을 그림이나 보고 있는 사파로 폄하하고, 기술적 분석가들은 기본적 분석가들을 틀에 박혀 있는 고집쟁이 꼰대 취급한다. 각 진영의 사상에 심취해 있을 수록 생각의 틀을 깨는 것이 쉽지 않다.

기본적 분석가들의 가장 큰 고민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강하게 치고 나가는 주식들을 바라보며 포모를 느끼는 것이다. 기본적 분석이라는 철학을 통해 성취를 이룬 사람이라면 이미 고평가된 상황에서 더 올라가는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엄청난 고통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주식으로 돈을 긁어 모으고 있는 기술적 분석가의 조롱을 견뎌내야 하는 것 역시 고통이다.

어느 정도 성공한 기술적 분석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금의 규모가 커지면 트레이딩할 종목을 찾는 것이 힘들어 진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자산의 가파른 성장을 경험하지만, 거대해진 규모의 자금을 빈번하게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일정 규모의 자산만 트레이딩에 사용하고 나머지 자산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영역으로 투하해야 한다. 깡토님에 의하면 트레이딩의 비효율성이 나타나는 시점은 10억에서 20억 수준이다.

어느 쪽에서 먼저 성취를 이뤘든 그 이후에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을 읽고 자신의 철학을 좀 더 유연화할 수 있다면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다. 윌리엄 오닐의 책을 읽어도 좋지만, 국내 주식 시장에 친근하다면 최근에 출간된 국내 서적이 담고 있는 익숙한 최신 정보가 더 와닿을 수 있다.

트레이딩에 좀 더 치우친 내 입장에서 얻은 소소한 팁을 하나 소개하자면 ATR/ADR이 종목 필터링에도 좋고 손절하기도 좋다는 점이었다. 특히 ATR은 예전에 뉴욕주민님의 YouTube 영상에서도 들은 바가 있는데 여전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한 번 적용을 해봐야 겠다.

결론적으로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는 초보자 보다는 중급자 이상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 분석이나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성공하여 부를 이루었는데 한 단계 더 점프하려는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적어도 부를 이루진 못했더라도 위 두 관점에서 일정 기간 성공을 경험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또한 추세추종 전략보다 좀 더 짧은 타임프레임에서 거래하는 트레이더에게도 유용한 책은 아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