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샤오미 포코 F7 울트라를 구매했는데 CPU가 배송되었다? 환불과 관부가세 환불에 3개월이 걸렸던 후기

대체적으로 2년 주기로 폰을 교체하는 편이다. 4년전 샤오미 포코 F3를 구매하여 중국폰에 대한 신뢰가 생긴 후 2년전에 샤오미 포코 F5 프로를 구매해서 잘 사용하고 있었고, 이제 샤오미 포코 F7 시리즈가 나오면 교체하려고 마음먹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을 한 것이 지난 3월 27일이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난 여전히 포코 F5 프로를 사용중이다. 포코 F7 울트라는 나에게 배송되지 못했다.

택배가 도착한 것은 구입 후 약 2주가 지난 4월 11일, 이전에 구매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관부가세를 납부한 상태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벼웠다. 사실, 이전에도 눈치챌 수 있었다. 관부가세 납부시에 소포의 무게가 110g에 불과하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관부가세 납부 당시에도 살짝 이상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이제까지 수년간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서 제품의 퀄리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은 있어도 오배송 사고를 경험한 적은 없었기에 단순 기재 오류나 측정 오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오배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우편물을 뜯어 보고나서 였다. 엉뚱하게 구입하지도 않은 AMD Ryzen 5600X CPU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매우 당황했다. 오배송사고는 처음 경험하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국내 택배를 받을 때도 가장 큰 오류는 제품 종류가 잘못된 정도였다. 그런데, 이건 아예 중간에 물건이 뒤바뀐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빠른 환불, 그런데 관부가세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포코폰 판매자와 알리익스프레스 고객센터에 거의 몇 분 텀을 두고 컨택을 했고, 알리익스프레스 고객센터가 먼저 반응을 하였다. 택배를 가져갈 테니, 다시 포장을 하여 포장 외부에 특정 번호를 써 놓으면 한진택배에서 가지러 올 것이라고 안내를 받았고, 안내에 따라 엉뚱하게 배송된 CPU를 다시 포장하여 안내해준 번호를 싸인팬으로 쓴 후 택배를 기다렸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택배를 받으로 오지 않는다? 알리익스프레스 고객센터에 다시 문의를 해보니 다시 처리를 해준다면서 갑자기 환불이 되어 버렸다. 엇? 택배는 안가지고 갔는데 환불이 되었네? 우선 지불했던 제품 가격에 대한 환불을 받은 상태라 안심이 되었다.

이제 관부가세를 돌려 받을 차례다. 관부가세 환불에 대해서 알아 보기 시작했다.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 직구 물품에 대한 관부가세를 환불받으려면 환불받은 내역과 함께 실제로 택배로 받은 물품이 외국으로 반출이 된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리익스프레스가 물품을 가지고 가지도 않았다. 여전히 현관 앞에 방치되어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고객센터에 이같은 사정을 전달하고 물품을 가져가야 관부가세를 환불받을 수 있다고 했더니, 그냥 관부가세도 환불해주겠다고 한다. 심사를 거쳐야 하니 증거로 제출할 몇 가지 사항을 알려줬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요구한 사항은 아래 두 가지다:

1. 관세 납부확인증
원래는 유니패스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작은 물품의 경우 그냥 우편물로 취급되어 확인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이 그런 케이스였다. 그래서, 절차가 진행되었던 인천공항 관세청에 전화하여 이메일로 확인증을 받아서 제출했다.

2. 관세를 납부한 상품의 송장 번호가 기재 되어 있는 관세 납부 내역서(예를 들어 납부영수증서, 수입신고필증 중 택1)
어떤 것인지 애매하여 유니패스 웹사이트에서 우편물 통관 진행 정보 페이지를 pdf로 만들어서 제출하였다.

환불 금액을 해외 송금으로 받을 지 쿠폰으로 받을 지 선택하라고 해서 쿠폰쪽을 선택했다. 쿠폰에 대해서 물어 봤을 때 큰 제약은 없어 보였고, 사실, 처음부터 환불보다는 샤오미 포코 F7 울트라를 재배송받길 원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외 송금같은 경우는 과연 중간에 수수료가 얼마나 발생할 지 알 수 없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런 오배송 문제에 있어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오배송한 물건을 가져간다 하더라도 해외 반출 보다는 그냥 국내 물류 센터에 쌓아 두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한 관부가세에 대해서는 그냥 환불해주는 쪽으로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같다. 아주 비싼 물건이 아닌 경우에는 그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지쳐갈 때 즘 들어온 쿠폰

지속적으로 이어진 이메일 컨택
안주려고 내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0영업일 안에 쿠폰을 받을 수 있겠다는 메일을 받은 것이 6월 초인데, 여전히 쿠폰함은 비어 있었고, 다시 메일을 보내니 답장이 없었다. 고객센터로 채팅을 시도해서 재촉을 하니 알아 본다고 하더니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재심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다 된 줄 알았는데 그냥 pending 상태로 붕 떠있었나보다.

마침내 받게 된 쿠폰
쿠폰 가격 이상이면 구입 금액에 제한이 없고, 기간 제한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넉넉하다

결국 (아마도) 6월 말경에 쿠폰이 들어 온 듯하다. 쿠폰을 실제로 확인한 것은 7월 초다. $58.79,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금액인데, 이제까지 세 달간 노심초사했던 과정을 생각하면 참 미미해 보인다. 게다가, 여름 시즌 쿠폰을 보면 $43 짜리도 있어서 그냥 그걸로 폰을 구입할 수도 있었다. 다만, 내가 받은 쿠폰은 구매 금액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훨씬 자유롭긴 하다.

이렇게 세 달여간의 실랑이 끝에 금액 환불과 관부가세 환불을 마칠 수 있었다. 속이 시원하다. 이 배송건에 대한 메일들을 받은편지함에서 보관함으로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심지어 카톡 대화에도 세 달간 관세청을 Pin to Top으로 고정해 놓은 상태였다. 이것도 해제해야겠다.

해결되지 않은 한 가지 이슈, 내가 블랙 컨슈머가 되어 있다?

재정적인 손실을 입지 않았지만, 시간 소모와 에너지 소모를 너무 많이 했다. 그런데, 또 한가지 이슈가 있고, 이것은 영구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듯하다. 폰을 구매했던 판매자가 나를 블랙 리스트에 올려 놓은 것이다. 재구매를 하려고 했더니 블랙 리스트에 올라있어 구매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 사실을 안 것은 관부가세를 환불 받기 전이라, 고객센터를 통해서 이 문제도 해결해달라고 했으나, 결국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관부가세 환불까지도 더 오래 걸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판매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샤오미 포코폰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서 지난 포코 F5 프로도 이 판매자를 통해 구입을 했는데, 이제는 이 판매자와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내 잘못이 아니라 오배송 사고를 일으킨 것은 알리익스프레스 측의 물류쪽인데 선량한 내가 블랙 컨슈머 취급을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불쾌하고, 이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을 알면서 다른 판매자가 제시하는 더 비싼 가격에 샤오미 포코폰을 구매하는 것도 기분이 나쁘기에 어쩌면 이제 샤오미폰과는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약 4년간의 샤오미 포코폰 사용 경험 덕분에 샤오미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생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샤오미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사라져 버렸다. 샤오미의 과실도 아닌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다른 중국 브랜드의 폰을 알아 보는 중이다. 이제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는 상당히 상향 평준화되어 중국 브랜드를 선택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같다. 국내 통신사와 궁합이 잘 맞는 폰을 찾는 중이다.

해외직구에 대한 교훈

해외직구를 하면서도 이제까지 큰 문제를 경험하지 않았기에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직구의 경우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 원활한 대처가 어렵다거나 처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의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외직구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비싼 물건의 경우 언팩 영상을 찍어 둔다고 한다. 내 경우엔 이미 이전에 폰을 구입하여 잘 도착한 경험이 있는 판매자에게 재구매를 하니 사기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영상을 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지만,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선의를 가지고 있더라도 서로 불신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에 겪은 오배송도 대표적인 케이스다.

관부가세 납부 전 예측보다 훨씬 적은 중량이 기재되어 있던 것을 확인했을 때 판매자에게 이의를 제기했더라면 블랙컨슈머 취급을 받는 불쾌함은 피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시간이 좀 흘러서 이 이벤트가 발생했던 초기와 비교하면 그럭저럭 마음이 안정된 상태이다. 이벤트가 발생한 초기에는 앞으로 해외직구를 못할 것같은 심정이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아마도 구매시기를 놓친 폰 교체를 위해서 다시 해외직구를 감행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언팩 영상을 찍어둘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