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앤디 돕슨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는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어판의 제목은 여러 쳅터의 제목 중 하나를 차용하였지만 원제는 『Flaws of Nature』, 저자가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가 이 원제에 담겨 있다. 자연선택과 돌연변이에 의해 진화한 생명체들이 얼핏 보기엔 완벽해 보여도 여러 가지 의외로 진화는 허술한 면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같다.

다만, 예시를 들기 위해 등장하는 동물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허술해 보이기 보다는 치열한 종족 보존과 생존 투쟁의 결과물로 느껴진다. 제목이 되어 버린 고래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그러하다. 고래가 물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는 의미는 고래가 수중에서 생활함에도 불구하고 물고기와 같은 아가미가 없고 여전히 다른 포유류와 같이 폐를 이용하여 숨을 쉬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유는 공기에서 산소를 흡입하는 것이 바닷물에서 산소를 흡입하는 것보다 세 배 효율이 좋기 때문에, 차라리 잠깐 수면 위로 올라가서 숨쉬는 것이 생존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게다가 폐 호흡에서 아가미 호흡으로 진화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 비교우위에 있지 않아 바꾸기도 쉽지 않다. 이것이 진화가 허술한 이유인 지 모르겠다. 매우 합리적인 것같다.

생물학자이자 과학 칼럼리스트인 저자 앤디 돕슨Andy Dobson은 여러 동물들 중에서 새에 대한 관심이 유별난 것같다. 대부분의 예시 중에 새들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다. 그리고, 특히 재미있다. 여러 가지 새들이 어떻게 종족 보존을 위해 전략을 구사하는 지 일일이 기억할 생각은 없지만, 뻐꾸기와 같이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케이스, 그리고 새들에 따라 뻐꾸기 알을 구별해 내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새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새 알을 노리는 뱀에게 둥지를 한 번 공격당한 어떤 새는 알이 하나만 남았을 경우 그 알을 그냥 내던져 깨뜨려 버린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 번 공격을 받은 둥지는 다시 뱀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둥지를 아예 없애지는 않는데, 뱀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시간이 흐르면 해당 둥지가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사라지게 되고 다시 이 둥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꽤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다.

일부 새를 비롯하여 사자 또한 새끼가 한 마리만 남으면 포기하는 행태도 놀라웠다. 여러 마리를 기르는 것과 비교하여 비슷한 수준의 품이 드는데 한 마리만 보살피는 것보다 그냥 이 한 마리 포기하고 다음에 서너 마리 다시 낳아서 한꺼번에 보살피는 쪽을 택한다고 한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꽤 잔인해 보이긴 하는데, 거친 야생에서의 진화 방법이라고 하니 할 말은 없다.

이 외에 노화를 피하고 더 나아가 영생을 누리는 것이 인간의 관점에서는 좋아 보일 지도 모르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딱히 그러하지 않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냥 번식에 최대 에너지를 사용하고 싱싱한 새 숙주로 DNA를 복사하는 것이 유전자 입장에서는 더 합리적이다. 나와 내 유전자는 공생관계이긴 하지만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때 충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이 말은 큰 울림이 있다.

꽤 다양한 생존과 번영에 대한 동물들의 적응 방식이 등장하여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궁금증도 생긴다. 현재 인류는 완전히 진화가 끝난 형태일까, 아니면 추가적으로 진화할 여지가 있는 것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