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사이클 절대 법칙』 한규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원할 것 같았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두 반도체 주식의 랠리가 거친 조정기를 맞이하고 있다. 애초에 예상하지도 못했던 랠리라 진입조차 하지 않았기에 이번 랠리에서 얻은 투자 소득이 없는 대신, 언제 빠져 나와야 할 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유쾌하지는 않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조정 직전에 들어가 크게 손실을 기록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랄까.
2028년까지 앞으로 2년간 고정 계약가격으로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데 도대체 주가가 왜 하락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당황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이 책 『주도주 사이클 절대 법칙』을 읽어 보는 걸 추천한다. 어마어마한 실적이 이어지는데도 주가가 빠지는 이유를 상당히 잘 설명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현상을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페따 꼼플리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좀 더 쉽게 "기적의 선반영"이라는 함축적 설명도 있긴 하지만, 조금 더 근거있는 인과 관계를 알고 싶은 투자자라면 읽어 볼 만 하다.
『주도주 사이클 절대 법칙』의 주요 주제는 주도주 랠리의 시작과 끝이다. 그러고보니 제목에 핵심 내용이 모두 포괄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우선 책의 초반에 흥미로운 단어를 접할 수 있다. 공세종말점Culmination Point, 전쟁에서 사용되는 용어라고 한다. 공격측의 기세가 꺾이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지나치게 적진 깊숙히 돌파하다보면 보급로가 길어지게 되고 보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당연히 돌파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보급로가 끊기는 위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저자는 주식의 최고점을 공세종말점에 비유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수급과 매치되는 개념은 보급이다.
과거의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 데이터를 분석하여 주도주/주도섹터가 된 이후 얼마나 오랫동안 랠리가 이어졌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도주 사이클 절대 법칙』의 핵심이다. 대부분 2년을 넘기지 못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우선 주도주/주도섹터의 정의가 무엇인가부터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정의하는 주도주/주도섹터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 째로 4주, 13주, 26주, 52주 이동평균선의 정배열, 좀 더 익숙한 일봉으로 설명하자면, 흔히 차트에 깔아 두는 20일, 60일, 120일, 200일 이동평균선의 정배열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일봉으로 봐도 될 것 같은데, 저자는 주봉으로 보는 것이 노이즈 없이 좀 더 깔끔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매년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수익률 상위 5개 섹터에 포함된 대표 종목, 아무래도 차트로만 필터링을 하다 보면 너무 변방의 주식이 걸러지지 않고 리스팅될 수도 있으니, 산업 전체로 돈이 모이는 지를 체크하고 해당 섹터의 대표주를 선택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세 번째로 매년 코스피/코스닥 통틀어 수익률 상위 5개 섹터에 포함된 대표종목, 아마도 두 번째 조건을 좀 더 강화하는 측면으로 이 조건을 추가한 듯하다.
즉, 이렇게 필터링을 해서 리스트업한 주식들이 정배열을 만든 후 얼마나 오래 랠리가 이어지나 조사해 봤더니 대부분 100주를 넘지 못하더라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미국 시장이 좀 더 오래가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조차 100주를 넘기는 랠리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었나보다.
주도주를 정의하고 주도주 랠리의 수명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방법론은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이 결과만으로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랠리가 딱 100주간다면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지만, 100주를 넘기기 힘들다라는 사실만으로는 매도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랠리를 펼친 지 52주가 지났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이것이 앞으로 50주 동안은 랠리가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당장 하락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공세종말점이 어디인 지는 지나고 봐야 아는 것이다. 주식의 최고점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모든 랠리는 끝이 있다라는 진리를 상기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랠리가 지속되면 주식시장 외부의 자금이 몰리고, 외부에서 끌어올 자금이 부족해지면 주식 시장 안에서 다른 주식을 팔아서 인기 주식을 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오르고 다른 종목들은 죄다 떨어지는 날들이 자주 발생하곤 하지 않았는가! 저자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된 스토리는 주가를 상승시키지 못한다고 덧붙인다. 실적이 아머아마하게 좋은데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면 스마트머니가 랠리의 끝이 오는 것을 감지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다시 랠리를 시작할 지, 아니면 몇 달 전의 최고점이 공세종말점이었는 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결론이 날 것이다. 수급 측면으로는 추가 랠리가 단기간 안에 정상 궤도로 돌아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두 회사가 왜 돈을 이렇게 잘 버는 지도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어 버렸다. 다시 랠리를 시작하려면 새로운 서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