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서울시립사진미술관
꽤 오랜만에 전시회를 다녀왔다. 자발적으로 전시회를 찾은 것은 작년 10월에 오랑주리-오르세미술관 특별전 이후에 처음이고, 사진전으로 국한하자면 3년전이다. 이번에도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사진전은 아니었고, 그저 범동네권에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생겼다고 하여 가보고 싶었을 뿐이다. 오다가다 본 것 같기도 한 우아한 건물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었다. 찾아 보니 작년 5월에 개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외관이나 실내나 매우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아마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단독 작가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인 듯한데, 마틴 파Martin Parr는 영국 사진작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사진에 대해서 조예가 깊지 않아 얼마나 인지도 있는 작가인 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간에 큐레이션 관련 영상을 시청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마틴 파와는 작년부터 전시 계획이나 일정을 잡고 있었다가 갑자기 마틴 파가 작고하는 바람에 회고전으로 다시 계획을 수립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역사적 순간을 담아 내는 사진 같은 것을 기대했다면 아마도 전시회가 기대 이하였다고 평가할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딱히 그런 걸 기대하고 간 건 아니어서 주제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은 없었다. 반면에 마치 그 시대의 서민적인 일상을 담아내는 쪽으로는 상당히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번 전시의 방향도 그런 쪽으로 잡은 듯하다.
아무래도 영국 출신이다 보니 초기 작품들은 80년대의 영국을 담은 순간들을 담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상류층의 이벤트를 담은 Establishment 컬렉션이라던가 영국 서민들의 휴가철 모습을 담은 The Last Resort 컬렉션이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3층으로 올라가 3, 4 전시실에서 좀 더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인이어서인지 South Korea 컬렉션이 인상깊었다. 영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2000년대 초중반의 우리 모습은 이렇겠구나 싶었다. 때때로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해서 사진의 소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 영국 사진 작가의 시선에서는 다르게 보였을 것같다. 바로 직전에 North Korea 컬렉션도 있긴 했지만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외에도 Everybody Dance Now 컬렉션이나, 마틴 파 자신의 모습을 담은 Autoportrait 컬렉션, 그리고 관광지에서 셀카를 찍는 사람들을 담은 Death by Selfie 컬렉션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초기의 흑백 사진들도 꽤 임팩트가 있다. 오히려 계속 컬러 사진을 보다가 흑백 사진만 모아 놓은 공간에 들어서니 사진들에 좀 더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일부러 그렇게 큐레이션한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좋은 배치인 것같다.
무료 전시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관람했는데, 의외로 전시 퀄리티가 훌륭했다. 아마도 초기 개관한 미술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혜택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