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검사

영화나 승희나 모두, 며칠 전부터 체지방 검사하러 가자고 의견 수렴을 하더니, 결국 오늘이 D데이가 되었다. 4시까지 모이기로 한 약속, 나만 4시 약간 넘어서 도착하고, 녀석들은 나를 춥디 추운 성내역사에 40여분동안 방치하고서야 얼굴을 들이민다.

예전보다 몸무게에 있어서 상당한 감량을 한 나는 자신있게 나의 복실복실한 다리를 내밀었으나, 지방만 빼야지 왜 근육까지 뺐냐는 영경이의 꾸지람만 듣고 말았다. 승희는 더 안좋아졌고, 영화는 그 동안의 노력 덕분에 의기양양하게 레포트를 가지고 나왔다.

이제, 나도 웨이트 트레이팅이 필요한 시기가 온 듯 하다.

영화, 역사의 희생양이 되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걸치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우리, 뜬금없이 위닝에 위자도 모르던 승희가 위닝일레븐을 하잔다. 그리하여, 우리는 매서운 바람과 맞서며 플스방을 찾아다니는 고행을 한 끝에, 평소 유비쿼터스를 생활화하던 승희의 활약으로 스타벅스 부근에 가서 인터넷 접속에 성공 플스방을 찾게 되었다.

역시, 위닝에 위자도 모르는 승희, ○ □ △ ×에 대한 설명부터 듣고, 나와 영화에게 대패를 거듭하더니, 급기야 영화에게 0:0이라는 짜릿한 무승부를 연출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다시금 새로운 역사의 희생양이 되었다. 영화가 못했다기 보다는 승희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브라질을 선택한 승희의 드리블은 나조차 쉽게 빼앗을 수 없을 정도였다. 드리블의 효율성과 골 만드는 과정만 터득한다면 굉장한 위닝 플레이어가 될 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영화는 여전히 골결정력에 부재를 드러내며 위닝에는 소질이 없음을 과시했다.

나의 실력은 이미 이들과 레벨을 달리하게 된 것 같다. 전승했으며 무실점했다. 이제 나의 상대는 현구뿐이던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