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집으로" 였으나, 시험도 끝났는데 축 처지는 영화를 보기가 싫어서 고른 것이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다. 수많은 헐리우드 액션 영화들 중에도 끌리는 것이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되겠다. 감우성과 엄정화의 정사씬이 궁금하기도 했다.

엄청난 여론의 장식 때문에 이 영화가 상당히 에로틱하다고 느꼈지만, 막상 보고나니 그리 야하지도 않은 영화다. 다만, 상업적인 카메라 앵글 속에서 두 배우가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 실감나는 연기였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일 듯 싶다.

감우성은 어느 대학 시간 상사로 나온다. 그리고 엄정화는 대학원을 갓 졸업한 그리고 남들같이 조건맞는 결혼을 원하는 여자로 나온다. 감우성은 예전의 드라마 이미지 때문인지, 선생이라는 직업이 너무 잘 어울려 보이고, 엄정화도 특유의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어필한다.

마케팅적 요소가 강한 이들의 정사씬은 이 영화에 있어서 잔잔한 호수에 던져지는 돌맹이 정도에 불과하지, 호수 자체는 아니다. 결혼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려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궁극적 목적이며,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보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결혼이 마치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 대한 조소가 이 영화의 주제이다. 조건맞아 결혼하지만, 조건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수많은 것들. 이것을 채워주는 남자친구. 마지막 외도임을 결심하고 하는 마지막 섹스. 그러나,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는 그들.

영화는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옛속담을 비웃으며 끝이 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