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싱 트윈( Vanishing Twin )
평론가들 사이에서 이미 악평이 자자한 영화였지만, 평론가들의 시각와 일반인의 시각이 결코 같지 않다는 신념하에 봤던 영화였고, 가끔은 평론가들과 일반인들의 시각이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영화를 보는 나로서도 이 영화에 대해서 별로 해주고 싶은 말이 없다.
배니싱 트윈이라는 뜻은 영화에서 설명한대로 말하자면, 쌍둥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둘 중에 하나가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아무 이유없이 자궁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이렇게 배니싱 트윈을 겪고 태어난 아이는 장차 정신적인 결함을 가질 가능성이 높으며, 잠재의식 속에서 항상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다고 한다.
솔직히 이 영화의 줄거리를 파악하지 못했다. 몇 번을 더 봐야 이 영화의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 보고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그래도, 파악한 만큼만 열거해 보자면, 일단 배니싱 트윈을 겪으며 태어난 한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성도착적이고, 자주 언니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언니는 영화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언니는 실존인물이 아니라 이 여자가 상상하고 있는 가상의 존재다. 형부라는 사람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여자가 배니싱 트윈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 고의적으로 접근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그리고, 갑자기 통신에서 만난 그 남자는 그 형부라는 사람이 하는 짓을 알고 이 여자를 뺏으려고 접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추측일 뿐이다.
줄거리에 비약이 너무 커서 너무 어려운 영화가 되어버렸다. 상업적인 영화임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관객에게 친절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아닐까?
연기도 정말 어색했다. 주연과 조연 모두 과연 배우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했고, 아마추어 감독이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밖에 성도착증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이유없이 나오는 정사장면, 정사장면에서 나오는 어설픈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이다.
지수원은 이 영화에서 고농도의 섹스신을 소화해냈다. 카메라는 그녀의 몸을 적나라하게 클로즈업하며, 이렇게 화면을 통하여 비취지는 지수원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