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 시카고 )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거머진 영화임에도 이제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꽤나 늦은 리뷰가 된 것이 참으로 유감스럽다.

뮤지컬 영화는 싫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본 시카고, 하지만, 기존의 뮤지컬 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영화의 몰임감이 상당했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물랑루즈와 비교해서, 미국적 느낌이 강하고 좀 더 대중적이라고나 할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아무래도 기자회견 씬이었다. 다른 장면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장면과 실제 장면을 적절히 섞어놓았는데, 뮤지컬 장면에서 록시 하트가 꼭두각시 인형같은 느낌으로 춤을 추는 장면은 록시 하트의 입에서 나오는 생각이 모두 변호사의 생각이라는 것을 기발하게 시각화 해 놓았다.

당시 시카고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면서도 지루한 역사극의 느낌을 주지 않고, 그렇다고 작품성이라는 토끼를 포기하지도 않아 추접스러움에서 벗어났다. 지속적인 이슈의 공급이 필요했던 곳이 왜 하필 다른 도시가 아니라 시카고였을까라는 의문은 가져볼 만 하다. 미국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호기심이긴 하지만 말이다.

워낙에 화려한 캐스팅이고, 화려한 배우들의 헌신적인 열연은 시카고에게 아카데미 상에 오를만한 충분한 자격을 부여하였다. 배우들의 화려하고도 섹시한 춤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할아버지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오래간만에 젊었을 적의 매력을 되찾은 리차드 기어도 훌륭했다.

단점을 지적하기가 힘들 정도로 흠잡을 곳이 없는 영화지만, 흠이라면 르웰 제네거가 주연한 록시 하트라는 여자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자아정체성을 빼고는 너무나 어벙한 여자인 듯 하다. 지능지수를 조금 높여 시카고의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는 모략적 인물로 설정하였으면 좀 더 화끈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그렇다면, 가장 감명깊게 봤다던 그 기자회견 씬을 포기해야 했겠지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