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3(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 )

이것이 몇 년만의 일이던가! 터미네이터2가 91년에 선보이고나서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우리는 터미네이터3를 볼 수 있었다( 참고로, 터미네이터 원편은 84년이다 ).

터미네이터2가 개봉할 당시만 해도,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라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참신하면서도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시에는 컴퓨터라는 것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따라서, 컴퓨터라는 것에 대해 무지한 상태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라는 주제에 너무나 쉽게 흡수되었다. 또한, 최고의 컴퓨터 그래픽을 선보인 터미네이터2가 이슈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수많은 쇼프로에서 터미네이터를 흉내 내었다는 것을 회상해보면 그 여파가 얼마나 컸던지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도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 뜻하지 않게 터미네이터의 3편이 개봉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제일 처음 가지게 되는 궁금증은 바로 아놀드가 다시 등장할까이고, 만약 등장하면 과연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이다. 또한, 용광로속으로 들어갔는데, 어찌 또 이 이야기를 끄집어 낼까? 본인 또한 이러한 궁금증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바, 도저히 터미네이터3를 보지 않고 지나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미래에서 인간은 기계들에게 승리를 거두게 되지만, 이러한 역사를 뒤집겠다고 결심한 기계들이 당시 인간들을 이끌던 주요 인물들을 사살하려고 터미네이터들을 과거로 보내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터미네이터의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최신병기 T-X가 등장하며,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또 비교적 구형 모델인 예전 터미네이터( Arnold Schwarzenegger )도 등장한다.

전편의 전례에 따라 터미네이터들이 과거로 들어올 때는 알몸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이 와중에 불가피하게 터미네이터의 몸매가 드러나게 되는데, 물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T-X가 된 크리스티나 로켄( Kristanna Loken )의 몸매도 궁금했지만, 더 궁금한건, 아놀드의 몸이었다. 헉, 그러나 우리는 이 장면에서 충격에 휩쌓이게 된다. 우리 나이로 57세가 된 아놀드의 이 근육을 보라. 과연 이것이 60을 바라보는 사람의 근육이던가!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엇고, 우리는 왜 모 영화프로에서 그를 아놀드 형님이라고 부르는지도 알 수 있었다.

2편에서 존 코너( Edward Furlong )의 어머니로 나왔던 린다 헤밀턴( Linda Hamilton )이 등장하지 않는다. 제임스 케머론( James Cameron )이 감독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녀는 제임스 케머론과 결혼했다. 지금은 이혼했지만... )? 결국 3편에서는 존 코너도 Nick Stahl로 바뀌고 어머니는 죽은 것으로 나오고 대신 여자 친구가 나오는데 그녀가 바로 로미오&줄리엣에서 레오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던 클레어 데인즈( Claire Danes ), 예전의 천사같은 얼굴은 어디 가고 왜 이리 억세 보이는지... 실망이었다.

다시 영화의 본론으로 돌아와서, 심판의 날을 막았다고 생각했던 존 코너는 터미네이터의 등장과 함께 심판의 날이 단지 연장되었을 뿐이고 그 만기일이 바로 오늘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그 고생을 또 시작해야 하다니...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인공지능 시스템인 스카이넷으로 해결을 하느냐, 인간의 두되를 활용하느냐로 고민을 거듭하던 케이트 부르스터( Claire Danes )의 아버지 로버트 브루스터는 결국 상급 지시자의 명령으로 스카이넷을 열게 되고, 급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기계들이 창궐하게 된다.

존 코너를 노리는 최신 병기 T-X와 도망다니는 존 코너 일행의 숨막히는 추격씬이 펼쳐지고, 2편을 훨씬 능가하는 스케일의 명장면들이 스크린에 퍼부어진다. 또, T-X의 가공할만한 능력은 너무나도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항간에 T-X가 너무 아름다워 공포감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는데, 본인은 그 얼굴만 봐도 무서울 지경이다. 어찌 그렇게 무서운 얼굴의 여자를 잘도 찾아 내었는지 경탄할 따름이다.

이러한 추격씬의 엄청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터미네이터3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것은 스토리상의 한계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이미 인간과 기계의 미래 전쟁은 너무나 진부한 스토리가 되어 버렸고, 2편에 비해서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지 않았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결말까지 그렇게 허무하니 12년을 기다려온 관객들을 만족시키는게 어려울 수 밖에...

아놀드의 선글라스 유머로 아쉬움을 달래고, 우리는 터미네이터4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돌아온 터미네이터가 너무나 반갑기만 하다. 다음 최신병기의 이름은 TX2가 될것인가, TX2000이 될 것인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