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세상에나... 이런 영화일 줄이야!

단지, 오대수( 최민식 )가 15년동안 감금당한 이유를 알고 싶어서 보고자 했던 이 영화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충격과 공포를 줄 지는 몰랐다. 마치 김기덕 영화를 보는 듯한 비현실적 현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무한한 상상력과 그것이 파생시킨 엄청난 잔인함! 올드보이는 만만한 영화가 아니었다.

15년동안 감금당한다는 엉뚱한 소재를 가지고 시작한 영화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예고편도 철저히 왜?라는 사실을 숨긴다. 이러한 마케팅기술에 어쩔 수 없이 오대수의 감금 이유를 알고자 하는 욕구가 폭발했고 박스 오피스가 말해주듯 올드보이의 관객 동원은 성공한다. 물론, 이러한 성공에 나 또한 일조하게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분명, 영화 자체는 평균 이상이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은 썩 좋지 못하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보고나서도 기분이 참 드럽다. 영화를 본 사람이면 이러한 감정 상태가 어떤 것일지 알것이다.

예고편에서는 왜 15년동안에 감금을 시켰는냐는 질문을 던지지만, 막상 오대수가 이유를 찾았을 때에는 더 중요한 것은 왜 풀어주었냐는 것인가이다라며 오대수를 바보로 만드는 동시에 관객마저 오대수급으로 비하시켜버리는 이우진( 유지태 ).

생이빨을 장도리로 뽑히고, 또 복수를 당하는 잔혹한 장면은 그렇다 쳐도, 나중에는 스스로 혀까지 자르는 섬뜩한 장면에 이르자 정말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잔혹성의 필요 여부에 대한 논쟁은 일어 나겠지만, 작품성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만은 사실이라 무조건적인 비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좀 더 스피디한 진행이었다면, 훌륭한 공포 미스테리 스릴러가 될 수 있었겠지만, 심적인 부담감을 준 상태에서의 쳐지는 스토리 진행은 분명 관객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데 기여했으리라.

살아남는 것은 오대수이나, 승리한 자는 이우진이니... 복수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불구를 만들고, 복수심으로 망가진 정신, 거기다 도덕적 죄책감까지 안겨준 완벽한 승리...

최민식의 훌륭한 연기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과연 최민식 말고 누가 이러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반면, 항상 순수한 역으로 나왔던 유지태의 악당연기. 박찬욱 감독읜 이우진이 무조건적인 악당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악당이기에 유지태를 캐스팅 한 것일까? 글세...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