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

배트맨은 속편이 본편을 능가할 수 없다는 징크스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였다. 특히, 마지막에 나온 배트맨과 로빈은 배트맨 시리즈를 어린이용으로 절하시켰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 다만, 본인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다 ). 그 이후로, 배트맨 시리즈는 끝난 것 같이 보여졌다. 누가 실패한 시리즈를 계속 만들겠는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닐 줄이야.

4, 5, 6편을 만든 후, 1, 2, 3편을 개봉한 스타워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은 배트맨의 본질에 대하여 살펴보기 시작한다. 왜 하필 배트맨인가! 이에 대한 질문은 배트맨 시리즈를 보아온 많은 관객들의 본질적 호기심이었다. 바로, 이 호기심을 걷어내주는 영화가 배트맨 비긴즈이다.

영웅 배트맨이 아닌 인간 배트맨을 그리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거대 블록버스터로서의 흥미를 버리고 휴머니즘을 내새운 다큐맨터리류로 변신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배트맨 비긴즈가 영화의 흐름을 다큐맨터리나 드라마 스타일로 방치되지는 않는다. 배트맨의 힘과 여러 가지 고성능 무기 등을 탑재하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펼쳐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할당해 준다. 물론, 그래서 2시간 20분을 넘어서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최근, 탐크루즈의 새로운 연인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케이티 홈즈는 웨인의 소꿉친구로 등장하여 나중에는 정의에 찬 검사보로 나오기는 하지만, 그다지 큰 비중이 아니다. 스파이더맨의 여자 친구 정도?

조금 더 인간적인, 뒤집어 말하면 좀 약해진 배트맨으로 다가온 배트맨 비긴즈는 그 동안의 속편들이 보여주었던 실망감을 불식시켜주는 탁월한 속편임은 물론이고, 본편을 능가하는 속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만큼, 배트맨 비긴즈는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킨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