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예매율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서 기대를 해왔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이 된 친절한 금자씨, 하지만, 금자씨가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았다. 다른 박찬욱감독의 영화가 그렇듯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를 잇는 복수 시리즈의 마지막, 친절한 금자씨는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하며 복수 시리즈의 종지부를 찧는다. 하지만, 왜 관객들은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까? 박찬욱 감독이 두 복수 시리즈의 영화를 통해서 그다지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단지 이영애가 출연했기 때문이 아닐런지... 베일에 가려있는 그녀의 옷깃이라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박원모 어린이 유괴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각본은 올드보이처럼 세밀하지는 않다. 각 장면들이 기발하고 재치있었지만, 그 장면끼리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칭찬해줄 수가 없다. 마치 옴리버스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이것은 영화의 크라이막스가 없다라는 말로도 표현될 수 있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위에서 논다.

결국 올드보이가 예술성이 가미된 상업적 영화였지만, 친절한 금자씨는 상업성을 가미한 예술영화라고 봐야 한다. 즉, 상업영화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는 뜻이다.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선사하겠지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는 경쟁해볼만한 영화다. 난 이런 상받은 영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금자씨 만큼은 예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