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송을 부르다

동계영어캠프 수업 시간 중에 루돌프송을 부르게 되었다. 그것도 영어로...

크리스마스 파티라며 먹을 것을 싸가지고 오라는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등교를 했는데, 파티는 달랑 한 시간이었다. 그 전에 루돌프 송을 가르쳐 주었는데, 영어로 하니까 참 박자에 영어 음절 맞추기가 힘들다. 합창이라 발음 알아듣기도 힘들고... 마치 쟁반 노래방하는 느낌.

문제는 파티라고 이름지어진 마지막 한 시간이었다. 옆 초보반과 조인트를 하여 함께 파티를 즐기는 것이었는데,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어찌할 수는 없었고,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웨스트 부부는 4명씩 짝을 지우고 우리에게 보드게임같은 8절지를 각조마다 주었다. 주사위 대신 동전의 앞면과 뒷면으로 말판을 움직이며 말판이 걸린 곳에 나와있는 질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빨간 양말이 그려져 있으면 웨스트 부부가 직접 빨간 양말에서 질문을 꺼내어 준다. 즉, 특별한 질문이다.

잘 나가다가 난 양말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뽑은 것은 아까 배웠던 루돌프송 보르기. 옆에서 아까 받았던 루돌프송 가사가 적힌 종이를 꺼내주자 아무 생각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더듬더듬하며... 생각해보면 상당히 쑥쓰러운 난관이었는데, 다행히 잘 대처한 것 같다. 중간에 주위가 조용해지면서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 때문에 조금 얼굴이 불그스래 해지기는 했지만...

끝나자 다들 박수쳐준다. 괜히 기분이 좋다. 게다가 웨스트 부부에게, "No present?"라며 능청을 떤다. 미셀이 제리하나를 건네 준다. 커커...

동계영어캠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지만, 영어실력 향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상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뿌듯함을 느낀다. 적어도 내가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부분 해소해 주고, 외국인을 만나면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든다. 토익점수도 파트2 부분이 크게 향상될 것 같다. 아직, Be동사와 극소소의 일반동사밖에 활용하지 못하지만, 이 강좌가 끝날 때 즘이면 아마도 많은 회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느끼고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