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졸업식

5년전 이맘때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나에게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남들은 서울대다 연대다 고대다 이러고 있는 마당에 허접같은 대학이나마 다 떨어진,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고, 그래서인지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을 뿐더러 졸업식장을 얼렁 빠져나가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엄마가 건네준 꽃다발이 위안거리였을 뿐이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대학 졸업식만큼은 행복하게 지내리라 결심했었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그 행복이라는 단어가 졸업이라는 단어와 연결될 수 있었다. 외적인 요인이 너무나 잘 이루어진 마당이기도 하였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던 졸업식, 인간 관계의 편파성이 조금 나타나기는 했지만, 특정 인간 관계의 적극성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그렇겠지만, 졸업이라는 단어는 좋다라거나 나쁘다라거나 이렇게 쉽게 정의할 수 없는 특이한 행사이다. 물론, 졸업이라는 행사를 앞두고 유감을 표명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겠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이별이라는 단어와 더 깊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행사 아니던가!

졸업식에 볼 수 있는 화려한 꽃다발들과 가식적인 미소들은 아마도 이제는 더 이상 과거형으로 밖에 존재할 수 없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적들이 우글거리는 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어야 하는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필요한 소품들일 지도 모르겠다.

이런 가식적 행복이라도 누릴 수 있었던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련다. 파랑새의 교훈을 상기하며...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