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백 구입, 위험해진 노트북

노트북 구입 당시에 번들로 온 다양한 노트북가방이 있었지만, 노트북과 함께 작지 않은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더니 가방끈이 끊어지기도 하고 검은색에 싸구려 광택이 나는 비닐 재질이라 꽤나 패션점수를 깎아먹곤 하여 요즘 유행하는 보스톤백을 하나 구입했다. 정통적인 보스톤백과는 모양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44cm x 36cm x 15cm 이라는 보따리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기에 노트북은 물론 카메라를 집어 넣고도 넉넉한 수납공간을 제공해 준다. 이 수납공간을 다 채우고 가지고 다닌다면 아마도 어깨가 빠질 것이다.

충분한 수납공간이라는 요구조건을 만족시킨 이 백은 반대로 많은 약점이 드러났는데, 첫째로 노트북용 가방이 아니기 때문에 노트북을 보호할 쿠션같은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즉, 잘못하다가 바닥에 쿵하고 놓으면 그 충격은 한꺼풀의 가죽을 통과하여 바로 노트북에 전달된다. 적어도 바닥만큼은 보호할 뭔가를 깔아야 할 것 같다.

두번째 문제점은 바로 디자인인데, 나 다음으로 먼저 가방의 모습을 확인한 내 동생은 나의 미적감각을 사정없이 폄하하며 싼티난다는 비평을 서슴치 않았다. 게다가 색깔은 왜 이렇게 하얀 것을 샀냐면서 이런 색은 금방 떼가 탄단다. 밝은 색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함이라는 미덕을 지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것이 어제까지 들었던 비평이었고, 아침에 회사에 갔더니 고객사의 윤영씨가 이쁘긴 한데 여자백같다며 또 한마디 한다. 아마도 이것은 어제 들었던 색상에 대한 비판의 추가적인 비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조금 있다가 김문용과장님도 색깔이 튄다며 한마디...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내 마음에는 든다는 사실. 특히나 유행지난 베이지색 떡볶이 코트와는 절묘한 매치를 이룬다.

나의 취향이 꽤나 파격적이라는 사실을 이 가방구매를 통해 깨달았다.

노트북이 들어간 모습
노트북만 들고 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소지품들과 내 허벅지가 노트북의 양면을 보호해줄 테지만, 노트북의 측면들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적어도 밑부분에는 뭔가 충격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겠다. 택배상자와 함께 오곤 하는 뽁뽁이 비닐을 여려겹 넣어 둘까나?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