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야자 키우기

항상 어지럽혀져 있는 문서들과 노트북뒤에 엉클어진 전선 때문에 그다지 훌륭하지 못한 고객사의 내 책상, 프린터 옆이라 사람들에게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 곳이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난 기르기 쉬운 화분이나 하나 가져다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는데 오늘에서야 실행에 옮겼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연결된 건물로 올라가는 지하1층에 꽃집이 하나 있는데, 9시가 넘어야 문을 열기 때문에 지각하는 날에만 살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지각하는 날 중에 하나였기에 과감히 들어가 기존에 알아 두었던 식물인 "테이블 야자"라는 종을 달라고 했다.

꽃집 아줌마의 말로는 물은 일주일에 2번정도 주되, 건조할 경우에 세번정도 주라고 한다. 물론, 그 전에도 여기저기 찾아보며 난이도가 낮은 식물이라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다. 분갈이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결정을 내려버렸지만, 7,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이해할 수 없었다. 화분이 그렇게 비쌌나? 일년에 한번인데 뭐...라는 생각으로 그냥 사버렸다. 역시 남자라는 종족은 물건 깎는 데에는 소질이 별로 없다.

사무실에 내 책상에 놓고 보니 꽤 그럴듯하다. 기념으로 종이컵에다가 정수기 물을 받아서 흠뻑 주었다. 받침대가 크지 않은 지라 넘칠까봐 걱정했는데, 물이 나오지도 않네?

녀석과 잘 지내야 겠다. 어쩌면 이 녀석이 나의 외로움이라는 짐을 좀 덜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