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팬더

동양 무술은 언제나 서양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뮬란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동양의 철학이나 사상, 또는 무술이 적극적으로 소재로써 사용된 적이 없었기에 쿵푸를 좋아하는 팬더라는 소재는 이국적임과 귀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매력덩어리임에 틀림이 없다. 왜 이제서야 이런 애니메이션이 나왔는지, 그게 오히려 궁금할 정도이다.

국수집 아들 푸( 더빙 : 잭 블랙 )가 느즈막히 일어나는 곳은 녀석의 작은 방, 동양미가 물씬 풍기도록 설정된 은은한 조명이 미장센을 극대화 시킨다. 현실보다 아름다운 컴퓨터 그래픽에 감탄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우리는 현실보다 더 부드러울 것 같아 만지고 싶을 만큼 자연스러운 질감을 보여주는 푸의 털에 또 다시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컴퓨터 그래픽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이야기 자체는 매우 단순한 수준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감안했을 때 저연령층관객의 확보를 충분히 고려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수집 아들 푸가 전사의 운명을 타고나 그 운명의 길을 위해 수련하여 결국 악을 무찌른다는... 그런데, 여기서 가만히 살펴보면, 어디서 많이 나왔던 스토리가 아닌가! 난 스타워즈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인 시푸( 더빙 : 더스틴 호프만 )의 작은 키와 마스터라는 명칭까지 더해져서 스타워즈의 기구한 제다이 스토리를 연상케하지 않는가! 시푸는 마스터 요다, 푸가 루크 스카이워커, 그리고 시푸의 옛 제자였으니 악의 세계로 빠져든 타이렁( 더빙 : 이안 맥쉐인 )을 다스베이더( 아나킨 스카이워커 )로 투영해 보라. 물론, 푸가 타이렁의 아들은 아니다.

푸의 끊임없이 터지는 창조적인 유머감각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짧은 러닝타임이 눈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극장안은 러닝타임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귀여운 푸의 인형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터져나오려고 한다. 누구 나에게 푸 인형 사줄 사람 없나? 꿀먹는 푸우 말고 팬더 푸! 캐릭터 꽤나 잘 팔리게 생겼다. 조금은 사악하게 생겼으면서도 매력있는 푸!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