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린의 아이들』 J.R.R. 톨킨

J.R.R. 톨킨 이미 그의 다른 저서 『반지의 제왕』에 흠뻑 빠져 있던 나로서는 그의 환타지 세계관에 대한 또 다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속 깊숙히 간직하고 있었고, 몇 달 전에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이 아버지가 미쳐 마치지 못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출간한 『후린의 아이들』의 한국어판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후린의 아이들』은 그의 세계관에서 중간계의 1시대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실마릴리온에 나오는 이야기 중 후린의 아이들 중 특히 투린을 중심으로 한 흐름으로 씌여져 있다. 후린도 등장하긴 하는데, 계속 악의 세력에게 잡혀 있다시피 하여 딱히 활약이 없다.

내가 기존에 읽었던 톨킨의 저서는 단지 제3시대를 그린 『반지의 제왕』뿐이어서 제1시대의 이야기인 이 책을 읽기 위하여 꽤나 집중을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뒷장에 붙어 있던 제1시대의 중간계 지도를 꼼꼼히 살펴가며 읽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후린의 피를 이어받은 투린은 훤칠한 키와 엘프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외모, 게다가 따를자가 없는 전투능력을 갖춘 제1시대의 레전트 수준이었으나 오만함이 지나쳐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마는 운명이다. 물론, 모르고스의 저주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만은 없지만 말이다. 특히, 의도하지 않은 근친상간은 정말 안타깝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뭐랄까? 마치 어두운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비극의 끝으로 몰아가는 느낌이다. 뭔가 극적인 반전같은 것 보다는 원래 이렇게 될 것을 독자들도 알고 있지 않느냐는 듯한 어투로, 독자들의 안타까운 마음도 비극적 결말을 막을 수 없다는 듯이 서술한다. 이러한 서술방식을 최근에 접한 적이 있으려나? 갑자기 펑펑 울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슬퍼지며 흐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희극보다 비극을 즐기는 나의 어두운 성향에 아주 적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저서들을 모조리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말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