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향연』 폴 크루그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전세계의 신용위기를 넘어서 경기침체로 파급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부각되는 경제학자들이 있는데, 그 중 대중에게 친절한 학자를 꼽으라면 폴 크루그먼을 꼽을 수 있다. 그는 경제학의 보수주의가 완연한 시대에 자유주의 진영에 서서 보수주의를 비판해 온 학자이고, 또 그러한 성향이 아마도 보수주의의 실패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권력을 갖게 된듯 하다. 그의 현재 입지로 인하여 새로 나온 그의 저서 『미래를 말한다』는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고, 난 그의 저서를 읽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미래를 말한다』보다 조금 더 정치색이 덜하고 경제학의 두 진영에 대한 설명을 해 놓은 또 다른 저서 『경제학의 향연』을 선택했다.

『경제학의 향연』의 원제는 『Peddling Prosperity : Economic Sense and Nonsense in the Age of Diminished Expectations』로 직역하자면 『하찮은 번영 : 기대 체감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의역한 제목이 조금 더 독자들에게 와닿을 듯하다. 94년에 출간되고 한국어 버전은 97년 11월 10일에 나온 것이니 아마도 당시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보수주의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한국어 버전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겠다.

책 내용은 주로 경제학파의 큰 두 줄기인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케이니즘)의 발전 과정과 각 이론의 비판, 그리고 보수주의 중에서도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공급주의자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정치적인 힘을 업고 주류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되어 있다. 폴 크루그먼 본인이 자유주의쪽이기에 태생적으로 보수주의 특히 공급주의에 대한 비판이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나고는 있지만 두 진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하여 노력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경제학과나 경영학과를 나왔다면 당연히 공부했을 법한 맨큐의 경제학으로 얻을 수 없는 경제학의 사각지대같은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읽고 나면 정치가 국제경제를 얼마나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