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2』 -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에 대하여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시리즈 중 첫번째인 『권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에 관하여』는 권력과 미디어의 공생관계를 폭로함으로서 미디어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론, 그 권력과 미디어는 특히 미국의 현실에 잘 적용된 사실이고, 아마도 한국도 이러한 추세를 결국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는 유추도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이후, 난 마음이 너무 무거운 나머지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다시 두번째 책인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에 관하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두번째 책을 통해서 촘스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국주의가 어떻게 약소국을 식민지화 하여 수탈을 하는가에 대한 적나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식민지 기간을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꽤나 공감가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촘스키는 전통적인 방식의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을 빙자한 현재의 자본적 수탈 또한 제국주의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촘스키의 주장은 음모이론 수준이라 도대체 어디까지 그의 말을 믿어야 할 지를 고민할 정도로 꽤나 적나라하며 그 스케일이 장대하다. 특히, 내가 충격적으로 인식했던 사실은 미국이 인근 남미국가의 자본적 독립을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서 지속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통제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새로이 하나의 힘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도 견제할 수 있다는 말일까? 아니면, 이미 견제하고 있다는 말일까? 촘스키가 이 책의 집필을 완성한 것은 2002년이니까 중국이 아직 하나의 거대한 세력으로 성장하지 않은 시기라 중국에 대한 이러한 언급은 안타깝게도 나타나 있지 않다.

또 하나의 충격적이면서도 그나마 공감할 수 있었던 내용은 히틀러의 나치즘이 백인들의 미국 인디언 학살에서 그 모티브를 얻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백인들의 잔인함은 이미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그 사실이 히틀러와 연결되니 꽤나 섬뜩한 느낌이 든다.

이렇듯, 정말 무시무시한 가설을 주장하고, 이에 적절하고도 신뢰할 수 밖에 없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촘스키 앞에서, 또 다시 무거운 마음을 어찌 감당할 지 도무지 대책이 안선다. 왠지 그의 말을 들으면, 그 권력의 잔인함을 비난하기 보다는 나 개인이 얼마나 나약한 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 같아, 한없이 슬퍼지며 세상을 살아갈 의욕을 잃어버리는 역효과를 피할 수가 없다.

도대체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