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댄 브라운

영화 천사와 악마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책을 주문하여 읽게 되었다. 동생이 옛날 책 영화 나온다고 울거먹기 하는 걸 뭐하러 샀냐고 핀잔을 줬지만, 이미 예전에 출간된 책은 절판된 책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최신판을 미미한 할인을 받으며 살 수 밖에 없었다. 야비한 것들!

왜 굳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책을 봐야 하냐고 물어 본다면 이성적인 답변을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영화를 본 후, "책이 훨씬 나았어"라고 영화의 부족한 점을 비판하며 원인 모를 독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싶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다빈치코드의 영화화가 워낙 실망을 안겨 주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뭐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출판사 비난은 그만하고 책이야기로 넘어가면, 우선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브라운이 『다빈치 코드』보다 먼저 쓴 소설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읽은 독자들은 『다빈치 코드』가 더 낫다는 부류와 『천사와 악마』가 더 낫다는 부류로 나뉘어 지는데, 난 둘다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물론, 교회의 허구를 신랄하게 비판한 『다빈치 코드』가 좀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천사와 악마』를 먼저 읽었다면 『천사와 악마』의 손을 들어 줬을 것이다.

두 책이 같은 저자가 쓴 책임을 상기시키려 하는지 꽤나 비슷한 인물 관계로 그려 나간다. 마치 영화화를 가정해 두고 썼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정도로 진부한 관계, 즉, 유능한 남자와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자의 관계다. 이는 여자가 아무리 똑똑해도 변치 않는 진실이다.

악의 핵을 마지막까지 감추었기에 꽤나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흘러갔고, 사실 난 누군가의 스포일러 때문에 범인을 알고 있었음에도 내가 잘못 알았나라고 의심을 할 정도로 범인일 듯 범인이 아닌 사람들이 꽤나 여러 번 등장한다.

과학과 종교라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두 진영의 전쟁을 모티브로 하여 시작한 흥미진진한 이 스릴러는 시작부터 마하10의 말도 안되는 제트기를 등장시켜 공상과학소설이 되려나 했으나,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종교와의 어우러짐, 아니 난잡하게 섞임이 드러나며 그 긴장상태를 끌어 올린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꽤나 글을 조심스럽게 써내려 가고 있는데, 내용 하나하나가 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로버트 랭턴과 비토리아는 절대 범인이 아니다라는 사실 말고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어찌 되었던, 난 이제 영화를 보며, 다빈치코드 때와 같이 "책이 훨씬 나았어!"라고 독자로서 관객들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