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최근 엔터테인먼트의 경향으로 인하여, 소설의 영화화, 더 나아가 영화의 게임화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난 이러한 경우 소설을 먼저 봐야 한다는 집착 비슷한 것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개봉하기 전에 부랴부랴 책을 주문해서 아슬아슬하게 개봉보다 먼저 읽어 버렸다. 따라서, 또 영화를 기존 책과 비교하며 보아야 하는 상황에 당면하게 되었는데, 물론, 난 이러한 상황을 굳이 피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즐기기까지 하기에 이 상황이 결코 싫지만은 않다.

소설과의 비교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화된 천사와 악마는 영화화된 다빈치코드보다 더 많은 비판을 받을 것 같다. 이미 다빈치코드 조차 지나치게 생략이 많았라는 비판을 했던 나로서는 천사와 악마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과연 그 댄 브라운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너무나 많은 생략은 러닝타임을 감안하여 힘겹게 이해해준다 치더라도, 등장인물의 역할을 변경하거나 아예 등장해야 할 인물 자체가 생략되어 버리는 만행(?)까지 선보이며 이미 독자인 관객들을 혼란속에 빠드린다. 마하10의 속도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수퍼제트기는 생략하더라도 콜러 박사의 존재마저 부정해 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비독자 관객층의 관점은 어떨지 궁금하다. 오히려 과감한 생략이라고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겠다는 발상 자체는 존경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그 실용성만큼은 인정해 주어야 할 수도 있다.

이데 더해서, 바티칸의 화려한 예술 작품들이 유려한 미장센으로 승화되길 바랬는데, 미술감독은 그다지 이런 것들에게 관심이 없는지 그냥 쉽게쉽게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보여 또다른 실망감을 주었다.

난 꽤 오래전부터 톰행크스의 작품선정 능력에 의문을 품곤 하였는데, 다빈치 코드에서 적어도 흥행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있었기에 그에게 있어서 천사와 악마의 캐스팅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연결일 수도 있겠으나, 결과론 적으로 그 자연스러운 연결은 실패라고 손가락질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