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해리포터의 영화화가 점점 긴 호흡을 가져가고 있다. 한 학년당 한 시리즈라는 무언의 약속으로 진행되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작시간이 당연하다는 듯이 1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미 아이들은 다 커서 스무살 가까이 되어 버렸음에도 호그와트 6학년을 연기해야 한다. 물론, 관객들은 멋지게 자라난 아이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눈감아 주고 있지만 말이다.

게다가 감상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책을 읽은 지가 오래되서 내용이 점점 가물가물해 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읽은 지가 2년은 넘은 것 같다. 혼혈왕자가 누군지도 영화를 보는 도중에서야 비로소 생각날 정도였다. 이 사실 말고도, '맞다, 그랬었지...' 라고 영화 보는 도중 떠오르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상공에서 바라보는 시야로 런던 시내의 명소를 훓어 주는 것도 꽤나 즐거움이었다. 내셔널 겔러리 앞 트라팔라가 광장의 비둘기들, 멋들어지게 무너지는 밀레니엄 브릿지, 더러움을 감추고 흐르는 템즈강까지...

영화의 스토리로 들어가 보자면, 헤르미온느와 론의 역할이 극도로 줄어든 편이었다. 불사조 기사단에서 아이들의 활약과 비교하면 이번 회는 정말이지 론과 헤르미온느는 사실상 마법쓸 일 조차 별로 없다. 수업시간에나 열심히 지팡이를 휘두른다. 반면 해리포터는 덤블도어와 함께 마법사 투톱을 이루어 이름을 불러서는 안되는 그 녀석의 흔적을 찾으러 모험을 떠난다.

불사조 기사단에서 적지 않은 활약을 했던 지니 위즐리가 이번에는 용감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사랑 해리포터가 위험에 빠지자 잠옷바람으로 불길을 뚫고 해리를 지키러 지팡이를 휘두르는 지니의 용감무쌍함에 감동을 받았다. 이쁘게 자라났으면 더 좋았으련만...

점점 선과 악의 지명적인 대결로 치닫고 있는 해리포터도 이제는 마지막 한 편만을 남겨 놓고 있다. 마지막 편에는 엠마 왓슨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고, 내가 아직 마지막 편을 책으로도 접하지 못한 상황이라 해르미온느의 역할이 얼마나 축소될 지는 모르겠지만, 엠마 왓슨이 아닌 헤르미온느를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