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만에 바꾼 PC, 시더밀631+ to 레고르245, 업그레이드인가 옆그레이드인가!

일요일에 주문을 했으나, 모든 부품들이 도착한 것은 화요일 밤 늦게였다. 역시 옐로우캡 택배로 배송되었던 마더보드와 램이 마지막에 도착하였다. 옐로우캡 택배가 아니었다면 오후에 다 도착하여 조립을 마치고 스터디를 갈 수 있었을 텐데... 뭐 악명높은 옐로우캡 택배이나 안전하게 도착한 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어제 조립을 마치고 이제서야 새로산 PC에 대한 소감을 쓸 겨를이 생긴다.

기존에 사용했던 대부분의 부품들은 재활용할 수 있었고, 시대의 흐름으로 인하여 CPU, 마더보드, 램, 케이스, 그리고 키보드만 새로 구입하였다. 케이스와 키보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뭔가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자 추가하였다.

위 사진이 조립을 마친 사진인데, DVD드라이브를 장착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저런 식으로 방치해 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CPU, 램, 메인보드, 케이스, 키보드가 새로 산 부품이며 합해서 40만원미만의 금액이 사용되었으며, 재활용된 기존 부품은 하드디스크 세 개, DVD드라이브, 파워서플라이, 마우스이다.

CPU는 AMD 애슬론2 레고르 245

1999년 이후에 한번도 AMD CPU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이유는 당시에 AMD용 메인보드 칩셋들이 워낙에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지라 가격대 성능비에서 월등함을 믿고 AMD CPU를 산 사용자들을 제대로 배반해 주었고, 나도 그 희생양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심어진 AMD 시스템에 대한 편견은 현재까지 10년가까이 계속되다가 이제서야 그 앙금을 걷어내게 되었다.

이 녀석은 현재 AMD CPU 중에 가장 저가형으로 팔리고 있는 모델 중 하나로 2.9GHz짜리 듀얼코어이고 1MB의 2차캐시 두개를 장착하고 있다. 45nm공정을 사용하였으며 따라서 발열량도 65W TDP로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꽤나 실망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CPU는 인텔의 시더밀631+로 3.0GHz 짜리 싱글코어를 가지고 있던 녀석인데, 당시에 사용되었던 넷버스트 아키텍쳐로 인하여 클럭은 높으나 IPC( 클럭당 처리명령수 )가 현저히 떨어지던 놈이라 이번 업그레이드에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성능상의 차이를 그다지 체감할 수 없었다. 새로산 CPU의 성능이 별로인 것인지 기존 CPU가 꽤나 잘 버텨 주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후자인 듯하다.

향상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작업은 다음과 같다.

  1. YouTube에서 HD동영상들이 끊김없이 재생되었다

  2. IE 로딩속도가 현저히 향상되었다

  3. HTS로 선물옵션 데이트레이딩을 할 시에 거래량이 폭발하면 기존 PC에서는 CPU점유율이 급격히 올라가며 동시에 CPU 팬 속도도 빨라져 소음을 야기했는데, 새 PC는 안정적인 CPU점유율을 유지하며 어떤 소음증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메모리는 G.Skill DDR3 PC12800( 1,600Mhz ) CL9 2GB*2

항상 내가 PC를 새로 조립하려 할 때는 메모리 가격이 비싼 시기였다. 운이 참 없는 것인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 얼마 남지 않은 DDR2의 가격이 급격히 올라버려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 중인 DDR3의 가격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DDR3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결정을 해버렸다.

처음에는 무난하게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PC10600 으로 사려고 하였으나, G마켓 현대MPlus 카드의 5%할인신공을 이용하니 G.Skill의 PC12800가 삼성에 PC10600에 비하여 배송료정도 차이밖에 아지 않아 과감하게 질러 버렸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CPU가 PC10600밖에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인보드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원을 하기는 한다.

2GB 씩 두 개로 듀얼체널을 구사해 놓았다. 총 4GB이니 VGA용으로 좀 띠어 줘도 그다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ASUS M4A785TD-M EVO ACC

Asus 메인보드는 처음 사용해보는 것인데, 기존에 사용하던 메인보드가 전원부 허약하기로 소문난 ASRock에서 나온 보드였고, 그 문제가 의심스러운 고장을 일으켜 새로 사는 것이라. 좀 비싸더라도 전원부가 튼튼한 것으로 골랐다. 실질적으로 AM3소켓, DDR3, mATX라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보드는 ASRock, Gigabyte, Asus 이 세 종류밖에 없었는데, Gigabyte 보드는 128MB의 사이드포트 메모리가 장착되지 않아 ASUS의 이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메인메모리를 1600MHZ짜리로 장만함으로 인하여 사이드포트 메모리 속도보다 빠른 상황이...

AMD785G 칩셋에 ATi HD 4200 GPU가 내장되어 있어 따로 그래픽카드가 필요하지 않다. 외장그래픽카드를 당분간 달지 않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던 AMD 시스템을 선택하게 된 셈이다. 적절한 가격에 괜찮은 성능인 내장형 그래픽카드는 모두 AMD 시스템에서만 구현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내장형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는 점이다. 기존에 사용했던 GeForce6600와 비교하여 모든 스펙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그래도 시대가 변했으니 그 정도는 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였으나, 70%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능을 보여 주었다. 아무래도 유일한 열등요인이었던 메모리버스가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128bit였던 메모리버스가 32bit로 줄어 들었다. 3D성능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2D에서도 IE에서 스크롤이 답답할 정도로 현격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내장그래픽 무용론을 강력히 주장하던 현구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케이스는 쿠덴의 시크릿 로맨틱

부품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골랐던 것이 바로 케이스였다. 케이스를 책상 위에 놓고 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케이스의 크기로 슬림형이 필요했고 다지인도 꽤나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론이 이 녀석이다.

쿠덴이라는 업체가 그다지 유명한 업체는 아닌 것 같았는데, 이번에 시크릿 시리즈로 같은 크기의 네 가지 색의 케이스를 출시했고 그 중에 시크릿 로맨틱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은 전체적으로 유광 검정색을 띠고 앞부분은 약간 밝은색을 띄는 무광검은색 바탕에 미세하게 반짝이는 검은색으로 꽃무늬를 그려 넣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사진으로 본 것 만큼이나 매력적이라 외형은 정말 만족스럽다. 오히려 너무 매력적이라 빨리 질려 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할 정도이다.

또, 푸른색 전원 표시등과 붉은색 HDD 표시등이 적절하게 포인트를 주고 있다. 특히나 푸른색 전원 표시등은 마치 플레이스테이션2를 연상케 할 정도이다. ODD용 드라이브는 개폐형 도어 안에 숨겨져 있어서 그 깔끔함에 추가적인 점수를 주고 싶다.

반면에 이런 매력적인 외형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메인보드를 지지하는 나사가 모자란다던지, 지적하고 싶은 점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CPU용 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을 밖으로 배출해내는 에어홀의 위치가 엉뚱하다

  2. 하드디스크가 설치되는 윗부분에 통풍구가 없다

  3. 샤시가 한쪽 밖에 열리지 않아 하드디스크의 한쪽 밖에 고정시킬 수 없다

  4. 앞부분 USB포트는 옆에 붙어 있는데다가 그 방향이 반대이다

  5. 뒷면 카드들을 고정시키는 프로파일러 부분이 모두 고정형이다

샤시두께가 얇은 점은 마이크로ATX용 케이스의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제외하였지만, 이를 중요시 하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전체 깊이가 기존에 사용하던 슬림형 케이스보다 더 짧아서 책상을 좀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장점으로 작용했다. 다만, 고성능의 VGA카드를 장착할 때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키보드, 아이락스 KR-6170 X-Slim

아마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이 새로산 키보드가 아닐까 한다. 예전에 아이락스의 펜타그라프 방식의 키보드를 사용해 본적이 있어서 마치 노트북 키보드 같은 특유의 키감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번에 산 6170 슬림형 제품은 키를 살짝 터치만 해도 키보드가 알아서 타이핑을 해주는 느낌이랄까, 좀 더 손에 착착 붙는 느낌이 든다. 뭔가 막 타이핑을 하고 싶어 미칠 정도이다. 그러나 손톱이 길어지면 삑사리가 잦아들 것 같다. 키보드 때문에 손톱을 자주 깎는 습관이 생길 듯하다.

오른쪽 상단에 있는 푸른색 표시 등이 본체의 푸른색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통일감을 주는 것 역시 뜻하지 않은 소득이다.

다만, 역시 오른쪽 상단에 있는 전원키는 없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못하다가 눌러 버리면 난감한데... 스피커 볼륨 스크롤 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