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리처드 H. 세일러

승자의 저주라는 말은 M&A 시장에서 인수에 성공한 모기업이 승리를 위하여 너무 비싼 댓가를 치루었을 경우에, M&A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기업경영에서 손실을 입는 것을 말한다. 최근의 한국 M&A 판도에서 이야기 하자면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와 같다. 물론, 그 저주가 유동성 부족 등의 가시적인 문제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수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였음에도 특별한 시너지 효과가 없으면 이것 역시 저주에 포함된다.
내가 『승자의 저주』를 읽게 된 동기는 몇 달 전에 읽었던, 같은 행동경제학 부류에 속하는 책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에서 『승자의 저주』라는 책이 자주 언급되었기 때문에 주식시장 등의 투자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춘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에 나온 것보다 좀 더 본질적으로 행동경제학을 다룬 책을 읽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5장이 제목과 같은 승자의 저주에 관한 내용이다. 이 장 뿐 아니라 모든 내용을 다루는 방식이, 가설과 실험의 목적을 설명하고 실험을 통하여 이러이러한 내용이 입증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한 후, 결론에 대하여 언급을 하는 식이다. 따라서, 통계적인 수치가 자주 등장하며 책 자체를 딱딱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가 실험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는다면 그냥 실험 내용은 대충 지나치고 결론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된다. 설사, 실험 내용을 의심한다 한들, 우리가 실험 과정을 모두 지켜보지 않는 한, 의심 이상의 뭔가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흥미로웠던 장을 몇 가지 언급해 보자면, 가장 먼저 "2장 협조"를 언급하고 싶다. 실험을 통하여 밝혀진 사실은 인간은 베타적인 선택이 곧 합리적인 선택일지라도 합리성을 버리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하여 상호적인 노력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타적인 선택마저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늘 우리는 인간의 합리성과 더불어 탐욕을 기정사실화 하며 경제학을 논하였지만, 인간이 생각하는 것 만큼 이기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게 되었다. 아마도 나라는 인간이 워낙에 합리성을 추구하며 이타성을 지양하는 인간형인지라 더 놀랐는 지도 모르겠다.
제 4장은 산업간의 임금격차에 대한 내용이다. 예전부터 매우 궁금해 하였던 의문이라 이 책을 통하여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으나 결국 이 책도 그 이유를 말끔히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많은 모형을 제시하긴 하였지만 역시 결론은 의문부호를 남겨 놓았다. 하긴, 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대학교 입학때부터 10년전에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을 내가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가!
흥미있는 장을 몇 개 골라서 좀 자세하게 언급하려 하였으나 왠만한 장은 다 재미가 있어서 다 쓰는 것이 무의미한 것 같다. "제8장 시점간이 선택"에서는 소비자가 한달치 전기세정도밖에 저렴하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비싸다는 이유로 절전형 전기제품을 사지 않는 것을 예로 들면서 소비자의 조삼모사형 비합리적 소비를 언급하고 있고, "제10장 경마투표시장"에서는 경마나 복권을 할 경우 참여자들의 쏠림 현상에 의해서 이론적인 확률보다 기대값이 높은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되어 있다. 11장부터 14장까지는 주식과 외환 등 투자라는 분야에서 행동경제학을 이해함으로 인하여 어떠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주제가 내가 알고 싶어 했던 내용이거나, 읽고나니 이런 사실이 있었구나라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말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