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경제학』 마이클 셔머

주류경제학의 중요한 가정 중 하나는 인간의 함안 모든 경제주체는 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주 비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주류경제학에서 다루지 않는 인간의 심리나 행동에 관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이와 관련된 내용의 서적들이 금융위기 이후에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난 마이클 셔머가 쓴 『진화경제학』도 이같은 취지에서 읽기 시작하였지만, 내용은 예상한 것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진화경제학』의 내용은 상당부분 "진화"에 관한 것이지 "경제학"에 관한 것은 아니다. 읽다가도 의구심이 들어 원제까지 다시 확인했는데, 원제도 『Mind of Market』으로 경제와 관련이 있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런데, 정작 경제에 관한 내용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주요 내용은 인간의 비이성적으로까지 보이는 많은 행동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되어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그를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하여 입증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비주류 경제학에 대한 고찰을 위하여 이 책을 주문했다면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후회스럽다.

처음부터 핀트가 어긋난 독자와 저자와의 이러한 관계는 독자로 하여금 책에 몰입하기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저자가 독자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진실한 내용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어지게 만든다. 제대로된 독자를 찾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일진데, 왠지 마케팅에 낚인 듯한 느낌이 들어 버렸다.

출판사가 한국경제신문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서적 중 세 권이 한국경제신문에서 출간한 책이고 이 중 이 책을 포함한 두 권이 마음에 안든다. 게다가, 난 한국경제신문에서 읽은 기사같이 생긴 광고를 보고 이 책을 샀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

이 글을 보고도 혹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드리고 싶다. 독자에 따라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니...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