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인터넷으로 보다

인터넷으로 전세계 클럽팀 경기를 본다는 것, 이것이 정말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즈에서 SBS로부터 인터넷 중계권을 구입하여 팟플레이어를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한다고 했을 때, 내 심장박동수는 빨라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축구중계를 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국가대표팀 경기야 9시뉴스를 10시에 방송하는 한이 있어도 보여주지만, 내가 위에서 언급하는 축구중계라는 것은 클럽팀 축구를 말하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잠깐 K리그를 중계해 준 적은 있지만 곧 야구에 밀려 시들해 졌다. 더군다나 시차로 인해 새벽에나 볼 수 있는 외국 클럽팀 경기를 중계한다는 것은 그저 축구 매니아나 바라는 정말 마이너리티의 니즈였다.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는 외면했을 지라도 케이블TV의 스포츠체널을 통해서는 박지성의 EPL 진출이후부터 쉽게 EPL리그를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박지성이 속해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중심의 방송이었지만...

하지만, 난 케이블TV를 구독하지는 않는다. 이미 TV라는 미디어와 상당한 거리가 생겨버려 지상파도 잘 안보는 마당에, 단지 축구 하나만으로 무려 케이블TV까지 구독한다는 것은 다소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설령 본다해도 새벽에 거실에 나와 극적인 골에 괴성을 지르는 행위는 단지 월드컵때나 허용되는 민폐이다. 한때나마 TV수신카드를 PC에 달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미 왠만한 TV프로그램은 인터넷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를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해결을 하곤 하였다. 다만, 생중계로 봐야만 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축구중계가 아쉬울 다름이었다. 그런데, 그 아쉬움을 덜어줄 일이 이렇게 생긴 것이다.

어제 밤 맨체스터시티와 토트넘의 경기부터 내리 세 경기나 보니, 사치스러운 행복이라고 느껴졌던 일이 이제는 매우 당연히 제공받아야할 서비스처럼 받아들여 진다. 화질도 매우 좋다. 지난 월드컵때와 같이 720p 수준으로 나의 22인치 모니터에 전체화면으로 봐도 정말 생생한 화질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골이 들어 갔을 때, 내 방에서 소심하게나마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박주영이 속한 AS모나코의 경기만 중계해 줄테지만, 프랑스 Liga1 리그도 볼 수 있으며, 스코틀랜드 리그도 마찬가지로 셀틱경기만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라건데, 스페인 리그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나의 주말이 매우 즐거워 질 것 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