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우강호

검우강호, 꽤나 오랜만에 정통무협영화를 보게 되었다. 지난 주에 본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무협이라고는 하나 정통무협의 범주에 넣기는 조금 애매한 영화였지만, 검우강호는 달랐다. 강호가 무대이며 강호의 고수들이 주인공이다. 두개로 쪼개진 달마의 시체를 모두 얻으면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 이것이 발단이 되어 전국 고수들이 쟁탈전을 벌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진지하면서도 곳곳에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코미디적 요소를 심어 놓았으나, 그 코미디의 수준이 유치하여 본래의 취지를 흐려 놓는 점이 조금 아쉽다. 이 와중에 양자경은 돋보이는 무술실력으로 그녀만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제는 중국영화가 더 잘 어울리는 정우성도 그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제법 고수의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서희원이라는 배우가 등장하는데, 귀여운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꽤나 매력적이다. 처음에는 한국 사람인 줄 알았다.

복수와 사랑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았으나, 아쉽게도 복수는 복수대로 하고 사랑도 하게 되는 무리한 해피엔딩은 쫓은 것이 화려한 무술로 빛나던 영화의 질을 떨어뜨려 놓는다.

오우삼감독의 영화 답게 얼굴성형이 노골적으로 등장하며, 딴에는 이 얼굴 성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여 피식하게 만들었다. 다만, 비둘기떼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