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예비군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이 열리면 일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예비군훈련으로 소집되는 것이 상당히 난처한 일이다. 자영업을 하거나 일당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나와 마찬가지 형편일 것이다. 즉, 평일에 예비군을 즐기는 사람은 아마도 회사를 다니는 부류에 한정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 휴일 예비군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아주 보편화된 제도는 아닌 것 같고, 일년에 하루정도는 예비군훈련을 휴일에 받게 해주는 제도로 신청자에 한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신청해 놓았다. 일요일 아침에 예비군훈련은 간다는 것은 꽤나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평일에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운 나에게는 유용한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고맙거나 하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는다.

막상 가기 전에는 몇 명 밖에 오지 않아서 지나치게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막상 가보니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앉을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정원의 150%가 참석했다고 한다. 그래서 앞서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원이 많을 수록 훈련은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으흐흐...

점심식사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갈비탕 비스무레한 탕이 나왔는데, 평소에 육개장이라던가 김치찌개라던가 하는 메뉴를 식당 문앞에 적어 놓는 반면 오늘은 메뉴를 붙여 놓지 않았다. 그들도 차마 이것을 갈비탕이라고 하기는 민망했을 것이다. 갈비탕같은 탕안에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없는 고기 두 점이 들어 있었고, 내 그릇에는 그나마 한 덩이가 비계덩어리였다. 난 향방작계를 대신하여 신청된 것이라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단다. 이따위 수주의 점심으로 5,000원을 써야 했다. 내 시간 들여서 훈련하고 내 돈 내서 짬밥 수준의 식사를 하려니 기분이 매우 더럽다.

시간이 흘러 할당된 시간 6시간을 다 채우고 지긋지긋한 훈련장을 빠져 나왔다. 아직 금년에 소화해야 할 시간이 24시간이나 남아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