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 & 유스 오케스트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편두통이 심하여 스터디도 마다하고 휴식을 취하려는데, 민웅이형이 클래식 연주회 표가 생겼다고 생각없냐길래 1시간만 생각할 시간을 벌어 고민을 하고 결국 챙겨입고 나왔다. 이왕 나온 김에 스터디도 가고...

공연 이름은 "라이징 스타 &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 이름에서 뭔가 아마추어의 향기가 났지만, 뭐 내가 그런거 구별할 레벨도 안되거니와 적어도 우리집 스피커로 듣는 것보다는 생음악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기쁘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로 향했다.

표를 받아보니, R석! 잉? 이게 왠 떡이냐하고 들어갔는데, 들어가보니 맨 앞자리다. +_+ 이걸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공짜표인데 R석에 맨 앞자리라니... 문득, 앞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인가 혼란이 오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맨 앞자리의 가치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주가 끝난 후에는 나에게는 별로 좋은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앉은 자리는 가장 맨 앞줄이고, 중앙에서 몇 미터 오른쪽으로 취우친 자리였는데, 따라서, 맞은 편에 있는 바이올린 소리는 매우 작게 들리고, 바로 앞에 있는 첼로 소리만 제대로 크게 들린다. 이렇게 밸런스가 무너진 음악을 듣는 것은 첼로 연주자 가족이 아니라면 꽤나 참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꽤나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우리는 첼로 솔로남자의 거친 숨소리나 오케스트라 각각의 악보 넘기는 소리, 약간의 삑사리, 중간에 스카프 떨어뜨려서 발로 툭툭 밀어내는 모습, 연주끝나고 잡담하는 모습 등을 흥미있게 즐겼다.

나중에 지휘자가 마이크를 들고 설명해줘서 알게 되었지만, 이 공연은 오케스트라 가족분들의 돈을 모아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우리가 초대권만으로 R석을 점유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특별히 비싼 돈을 들여서 입장한 사람을 찾기 힘들어 보였으며, 즉, 우리는 오케스트라들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신년맞이 음악회에 초대된 공짜 손님같은 셈이 되었다.

특별히 처음들어보는 듯한 낯선 곡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연에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꼈지만, 이 공연을 일반 오케스트라와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이기에 언급할 생각은 없다. 물론 관객의 수준도 눈감아줄 수 있다.

예술의전당은 매번 한가람미술관만 갔었는데, 콘서트홀을 방문한 것은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교양으로써 일정 수준에 도달할 필요는 있겠으나, 지금은 미술쪽으로도 벅차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