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불의 노래 3부 『성검의 폭풍』 조지 R. R. 마틴

나의 독서욕이 잦아들 줄을 모른다. 원래 틈틈이 독서를 하는 스타일인데, 요즘 재미있는 소설과의 대면이 잦아 지는 관계로 새벽 늦게까지 독서에 빠져 수면 시간을 갉아 먹히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얼음과 불의 노래, 결국 3부인 『성검의 폭풍』도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

느닷없이 비중있는 캐릭터들의 목이 날아가는 일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롭 스타크의 죽음이었는데, (물론, 아직 시체를 본 사람의 시점에서 서술된 적은 없지만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는) 이 죽음은 스타크를 사실상의 주인공 가문으로 인지하고 책을 읽어 나가는 나같은 독자에게 있어서는 미로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으로 다가 왔다. 윈터펠의 영주이자 로버트 왕의 핸드였던 그의 아버지가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이후에, 왕으로서 독립했던 그가 그렇게 죽어 버리면서 스타크 가문은 사실상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이렇게 되어 버렸다.

게다가 그의 죽음이 사실이라면, 그의 다이어울프인 그레이윈드 또한 죽었다는 뜻이다. 하나둘씩 다이어울프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스타크가문의 몰락 만큼이나 가슴이픈 일이다. 이미 1부인 『왕자의 게임』에서 레이디가 일찌감치 죽었으며, 니메리아가 행방불명 되었고, 이번 3부에 『성검의 폭풍』에서 그레이윈드마저 장렬하게 전사해 버렸다.

정말 예상치 못한 죽음이 많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죽음이 있다면 역시 조프리 바리테온의 죽음이 아닐까? 가장 밉상 캐릭터였기에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독자는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너리스는 차근차근 세력을 모으더니 어느덧 Essos 해안 몇몇 도시들을 영향권하에 두기 시작했으며, 따라서 그녀와 그녀의 드래곤들이 활약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드래곤들의 활약... 그래도 세르 조라의 일은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깝다. 내가 다 화가날 지경이다.

대너리스의 활약과 다른 세력들의 활발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성검의 폭풍에서의 주인공은 역시 월의 북쪽과 남쪽을 넘나들며 활약한 존 스노우가 아닐까. 이제 월의 주인이 되었다. 정말 극적인 등장으로 충격을 주었던 스타니스도 언급을 해야겠다. 분명 작가는 그의 등장에 대한 복선을 깔아 놓았음에도 그의 깜짝 등장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또 킹스랜딩이나 치러간 줄 알았는데...

티리온, 아리아, 산사의 앞날도 궁금해서 미치겠지만, 아무래도 다음편은 대너리스의 드래곤 이야기와 존 스노우의 아더들과의 사투가 주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성급한 예상을 해본다. 그런데, 4부의 제목이 『까마귀의 향연』인 것을 보니 다시 존 스노우만 부각이 될 수도...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