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훈련, 불시향방작계를 받다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와서 불시향방작계 훈련에 참여할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다. 사실, 도봉2동 예비군 전화번호를 등록해 놓았는데, 그 번호가 아니라 안받으려고 했다가 받아서 혹시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가능성은 희박했다. 요즘 매매 쉬는 기간이고 이 기간에 3일 중에 하루가 처리되는 셈이니 나에게 딱히 나쁠 것이 없었고, 훈련이 시간상으로나 강도로 보나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에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보니 날짜가 14일, 발렌타인데이? 물론, 발렌타인데이에 딱히 할 일은 없었지만, 기분이 약간 아리까리...

"불시"라는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오늘 14일 전까지 참석여부를 묻는 확인전화/문자메시지를 서너번 받아야 했다. 어쨌든, 난 불시에 향방작계훈련을 받게 되었다.

이제 6년차로, 작년 5년차때에는 소집점검 4시간, 향방작계훈련 6시간, 향방기본훈련 8시간이었는데, 금년에는 소집점검 4시간대신 향방작계훈련이 한 번 더 잡혀 있다. 조금 억울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4시간이든 6시간이든 8시간이든 하루를 다 허비해 버린다는 측면에서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기에 특별히 큰 불만은 없었다.

내가 왜 기동대에 소속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각 예비군에서 우수자원만 뽑아서 기동대를 만들었단다. 인터넷에 "불시향방작계"로 검색해 보니, 이미 동일 훈련을 받은 사람도 같은 말을 들었다는 것으로 보아, 그냥 레토릭 멘트인 듯하다. 나같은 이병 제대 인력이 왜 우수자원인지는 잘 모르겠다. ㅋㅋㅋ

훈련 내용은 설명받은 대로 그다지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지만, 패쇄공포증 환자나 치질환자가 아니라면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일반 향방작계훈련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동대라는 명분으로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도보이동시 길들여지지 않은 군화로 인하여 항상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혀 고생했던 나로서는 이것이 꽤나 반가웠다. 다만, 시간상 딱히 유리한 점은 없는 듯하다.

훈련이 끝나고 수/목요일 새벽에 있을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하기 위하여 인근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맥주를 사서 집에 돌아 왔다. 하나 마시고 싶었으나 참았다. 안시원해서...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