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쉽

외계인 관련 영화는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져 왔고,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대체적으로 인간에게 적대적이었다. 이번 배틀쉽에서도 외계인은 인간에게 적대적이다.

나사에서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을 가진 태양계를 찾아 내어 교신을 위하여 신호를 보낸 것이 발단이 되어 이 신호를 따라 고도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지구에 정찰대를 보내게 되고, 이 정찰대와 미해군이 전투를 벌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영화를 직접 보기 전에는 왜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의 제목이 배틀쉽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도 뭔가 강요된 제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인류, 아니 미국이 외계인에 대항하는 방법은 해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육군이나 공군도 될 수 있는데, 굳이 배틀쉽이라는 주제를 만들기 위해서 외계인이 바다에 착륙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마케팅은 트랜스포머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기에 영화를 본 후에 약간의 뒷조사(?)를 해보니, 우선 감독은 피터 버그(Peter Berg)이며 트랜스포머를 연출한 마이클 베이(Micheal Bay)는 아니다. 다만, 굳이 연관시키자면 하스브로(http://www.hasbro.com)라는 완구업체가 관련이 있다. 영화의 소재를 원작 소설이나 만화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있듯이 트랜스포머나 배틀쉽의 경우는 하스브로가 만든 완구/보드게임을 소재로 하여 만든 영화이다. 배틀쉽은 하스브로의 고전 보드게임인 베틀쉽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만든 영화인데, 다만, 해당 보드게임에서 외계인이 등장하지는 않는 듯하다.

영화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외계인들의 무기들이 트랜스포머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IMDB를 뒤져보니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루카스필름의 자회사 중 하나인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 Industrial Light & Magic )이라는 곳에서 트랜스포머와 배틀쉽 양쪽에 모두 관여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나의 그 어렴풋한 느낌은 바로 이 회사의 스타일 때문이 아닐가 추측해 본다.

미해군을 주제로한 영화이기에 예상을 할 수 있었지만, 미국식 영웅만들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된다. 좀 어리숙하지만 정의로운 녀석 하나가 결국 외계인을 물리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는 그런 내용, 난 이런 내용이 다소 거슬린다.

피터 버그 감독이 연출한 가장 유명한 영화는 역시 킹콩(2007)을 들 수 있겠는데, 난 당시 그 영화를 보면서 정말 엄청나게 지루한 초반을 견뎌고 나서야 후반의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었다. 그것에 비하면 배틀쉽은 꽤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초반이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아주 서서히 긴장을 조성하며 관객들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긴장감을 스펙타클하게 터트린다. 그것도 여러번! 난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리한나(Rihanna)와 브룩클린 데커(Brooklyn Decker)가 미국에서는 흥행수표일 지도 모르겠으나, 한국에서는 흥행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이상욱